[프리즘]핵

 설 연휴 끝자락에 터져 나온 북한의 ‘핵무기 보유 및 6자회담 무기한 불참 선언’으로 나라가 술렁이고 있다. 혹여 이번 북한의 선언이 이제 막 살아나려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더 나아가서는 제2의 이라크 전쟁으로 비화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도 없지 않은 듯하다.

 삼성·LG 등 주요 그룹들은 휴일근무 체제를 유지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상황진전을 지켜봤고, 현대아산 등 대북사업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기업들 역시 당장은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북한과 미국 쪽의 반응에 안테나를 세워 놓은 채 연휴 같지 않은 연휴를 보낸 모양이다.

 북한의 이번 핵무기 보유 선언은 순간적으로 메가톤급 ‘핵 폭탄’ 수준이 아니었나 싶다. 그동안 심증만 있었지 실질적인 물증이 없었고 당사자들도 부인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충격적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갖가지 억측과 전망이 오가고 있을 때 반대쪽 대륙에서 미국이 취한 태도는 세상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그동안 ‘악의 축’ ‘폭정의 전초기지’ 등으로 지목해 온 북한이 핵무기 보유사실을 인정했으니 당장에라도 전쟁을 선포하고 달려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면 노파심일까.

 그러나 현재까지 미국의 반응은 ‘북한 핵문제는 6자회담을 통해 해결해야 하며 미국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북한의 복귀를 희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역시 “미국은 90년대 중반 이후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 능력이 있다고 가정해 왔다”며,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을 예견한 것 같은 반응을 보이며 북한의 6자회담 참여를 촉구했다.

 북핵선언 다음날인 11일 정치나 경제 분위기 등에 예민한 증시를 보면 거래소가 소폭 내림세에 그쳤고 코스닥은 오히려 5.48포인트나 올랐다. 북한의 선언도 증시에선 그다지 큰 이슈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사실, 남한과 북한은 개성공단·남북경협·과기협력 등 많은 분야에서 협력점을 찾아 실행에 옮기고 있거나 꾀하고 있다. 이번 북한의 선언이 DJ 정부 때부터 무르익고 있는 남북화해·협력 분위기를 다소 경직시킬 수는 있겠지만 침착하게 앞을 내다보며 판단하는 감각이 필요할 것 같다.

주문정 경제과학부 차장, mj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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