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출이 산뜻하게 출발했다. 원화 강세와 고유가 지속 등 불리한 여건에서도 지난 1월 수출이 225억달러를 기록했다고 한다. 내수를 비롯한 우리 경제가 이곳저곳에서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나타난 것이어서 매우 반가운 소식이거니와 깊은 의미 또한 함축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이후 5개월 연속 월간 수출실적 200억달러대를 유지한 데다, 수출 증가율이 작년 1월 32.6%에 이어 올해 또 18.7%에 달해 우리 기업들의 수출 저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수출 호조는 국내 기업들의 적극적인 수출 노력도 있었지만 우리 상품에 대한 해외수요 증가가 탄력을 유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도체는 D램은 작년 12월을 바닥으로 상향 안정세를 보이고 아시아지역 수요가 증가하면서 무려 26.7% 신장했고, 카메라폰·멀티미디어폰 등 고기능·고가제품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면서 무선통신기기도 25.1% 증가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반도체나 무선통신기기가 우리 수출을 이끌고 있는 성장엔진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IT제품의 수출 경쟁력은 이제 외생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자생력을 갖췄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수출호황이 지속될 것인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너무나 많은 복병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이 달만 해도 장기 설 연휴로 인한 근무일수 감소 등에 따라 수출 증가율이 둔화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작년 말 수출물가가 감소세로 돌아선 상황이어서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수출에 악영향을 줄 게 뻔하다. 여기에다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원자재 가격에다 원화 강세, 고유가 등의 악재로 둘러싸여 있어 수출여건은 날로 나빠지고 있다. 수출로 먹고 있는 우리에게는 위협요인이 아닐 수 없다.
중국, 대기업에 대한 지나친 수출 편중 추세도 긍정적으로 볼 수 없다. 수출 주력품목이 5대 품목이어서 대기업에 편중될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중소업체들의 수출부진을 지켜보면 양극화 현상만을 심화시킬 뿐이다. 국내 기업들이 중국으로 이전하고 있고 중국기업들이 각 분야에서 약진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머지않아 대중 수출은 줄고 되레 수입이 늘어 날 수도 있다. 또 아세안 지역 수출이 작년 12월을 기점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우려할 만하다.
올해부터 전 세계 교역량의 50% 이상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 간에 이루어질 전망이고 보면 칠레 외에 싱가포르와 협상을 타결한 것이 전부인 우리에게 약점일 수밖에 없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이 올해 ‘개방형 통상국가 전략’을 펼치겠다고 밝힌 데다 유럽자유무역연합(EFTA)·캐나다·아세안 등과 FTA 협상을 개시할 예정이어서 다행이기는 하다. 하지만 머뭇거리다가 기회를 놓쳐 우리의 경쟁상대인 일본·중국 등에 뒤처질 수 있다.
백화점 판매가 늘어나는 등 내수 경기가 이곳저곳에서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모처럼 수출과 내수가 동반 호조를 보이는 여건이 마련된 만큼 경기 활성화의 불씨를 살려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탄력 받은 수출 증가세가 지속 유지돼 실질적인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올 들어 정밀기계를 비롯한 자본재 수입이 두 자릿수 증가하는 등 살아날 기미를 보이는 기업들의 설비투자도 탄력을 받을 수 있게 각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기업들은 주력 수출상품의 다양화와 고부가가치 상품으로의 전환도 서둘러야 한다. 얼마 안 있어 5대 수출 품목은 중국과 치열한 경쟁에 부딪힐 전망이어서 현재에 안주할 수 없다. 고질적인 대일 무역적자와 지나친 대기업 의존은 핵심 부품·소재를 공급하는 중소기업 육성을 통해 극복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수출에 따른 외화 가득률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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