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포럼]게임개발자로서의 즐거움

 6년 전 게임개발자로서 첫발을 디뎠을 때 선배들에게서 들었던 우스갯소리가 있다. 편의점에서 혼자 컵라면을 먹고 있는 아이한테 아버지 직업이 뭐냐고 물으면 대개는 “게임 만드시는데요”라고 답한다는, 당시로서는 꽤나 냉소적인 개그였다.

 물론 이건 그냥 우스갯소리에 불과하지만 실제로 어떤 게임은 ‘개발팀 두어 명이 하루에 라면 하나씩만 먹으면서 개발했다더라’라고 할 정도로 극빈자에 가깝게 생활해온 개발자들의 이야기도 종종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자연히 게임 개발자는 가난한 직업이라는 선입견이 생겼고, 그런 생활의 빠듯함을 낭만적으로 받아들이며 게임 개발자를 지원하는 젊은이들도 많이 있었다.

 그런데 6년이 지난 지금, 세상은 달라져 버렸다. 각종 언론에 게임과 관련된 이야기가 오르내리고 집밖에 나와도 버스나 지하철의 광고 등에서 게임을 보는 것은 흔한 일이 됐다. 이런 변화에는 전반적인 생활 수준의 향상 등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의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온라인 유통 방식의 출현이다. 기존의 재래적인 게임 소프트웨어의 유통 방식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유통 수단의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개인적으로 불과 1,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무던히도 고생하고 있었다. 당시로서는 시류에 편승하지 않겠노라는 나름의 자존심이라고도 생각했는데 그때는 수년 전의 게임을 그대로 답습한 시스템의 온라인게임이 그렇게 큰 성공을 거두는 이유를 좀처럼 깨달을 수가 없었다. 대조적으로 혁명적인 시스템이라고 생각했던 PC 패키지용 게임들이 유독 우리나라 시장에서 큰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 역시 당시에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때까지 온라인게임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틈새시장을 노리던 중 깨친 사실은 한국의 대중적인 게임시장은 온라인 게임으로 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일본 게임 역사와 비교하자면 패미콤 이전의 시대가 우리나라의 온라인게임 이전 시대와 유사하지 않나 싶다. 대략 20여년 전으로 시간상으로는 큰 차이가 있지만 패미콤이라는 플랫폼이 일본에 게임이라는 문화를 퍼뜨린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는 온라인게임이 그런 시작점이 돼 버린 것이다. 내가 성공의 원인을 이해할 수 없었던 초기의 온라인 게임들은 아마도 일본 패미컴 시대 초기의 게임들 정도의 포지션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온라인 플랫폼의 특성상 그 발전속도는 패미콤 유형의 콘솔 게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20여년 뒤처졌던 우리나라 게임 시장은 이제 모든 면에서 미국과 일본 시장을 위협하기 시작했고 일부에서는 이미 추월하고 있는 단계다.

 일본 등은 기존의 재래 유통 구조가 상당 수준 성숙되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온라인 유통의 도입이 조금 더딜 것으로 예상되지만 결과적으로는 전세계에 현재 우리나라 유형의 게임 유통 방식이 확산됐다. 더는 초도 물량을 공장에서 얼마나 출하해야 할지 고민할 필요 없이 게임의 개발에만 신경 쓰면 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게임을 즐기는 대중의 수준도 몇 년 전과 비교해 매우 높아졌으며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는 게임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제 더는 고리타분한 초기 온라인 게임의 아류는 대중에게서 선택받기 어려워질 것이다.

 높아진 대중의 수준에 걸맞은 게임을 개발하고 있기에 요즘은 매우 즐겁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서 패미컴 시대의 개발자가 된 기분이다.

◆김건 씨드나인엔터테인먼트 사장 gunkim@seed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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