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연예인X파일과 법적 쟁점

연예인 X파일 유출 사건은 디지털 환경에서 개인에 대한 그릇된 정보가 얼마나 빠르고 광범위하게 공중에 전파되는지, 또 사생활이 얼마나 쉽게 침해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관련 연예인들은 이 사건으로 회복할 수 없는 인격권의 침해를 당했고 그들의 명예 회복과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충분한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

 우선 파일 작성자에게 민법상으로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형법상으로는 명예훼손죄 책임 등을 물을 수 있을 것이다. 이때 그 성립요건과 관련해 소문을 전달한 것이 ‘사실의 적시’인지, 열람자가 한정돼 있다는 점에서 ‘공연성’이 있는지 그리고 A기획사, B리서치, 기자들 중 누구를 명예훼손의 주체로 봐야 하는지에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기존 판례는 자신이 직접 경험한 사실은 물론 타인으로부터 전문한 내용을 적시한 것도 명예훼손으로 보고 있다. 이 사건도 관련 회사들의 규모를 볼 때 열람자를 특정 소수라 보기 어려울 것이므로 최초 발설자 및 일정 범위의 배포자들에게는 명예훼손 책임이 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명예훼손의 성립 여부보다 적시된 사실의 진실 여부다. 명예훼손죄는 적시 내용이 진실이냐, 허위냐에 따라서 형량을 다르게 규정하고 있고 수사기관도 둘 중 하나를 특정해야 한다. 민사재판에서도 사실의 진위에 따라 손해배상 범위가 달라질 것이다. 따라서 양 당사자는 진실 여부를 다툴 것이고, 이 과정에서 연예인 측이 근거 없는 소문에 휘말리며 다시 한 번 마음의 상처를 받는 일이 없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파일을 배포한 익명의 네티즌에게도 도덕적 책임이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법적 책임이 있지 않을까. 명예훼손에서 ‘사실의 적시’란 말로 표현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고, 명예훼손의 내용을 담은 글을 배포하는 것도 포함한다. 따라서 자신이 전송하는 파일에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것을 알면서 이를 전송했다면 그는 명예훼손책임을 져야 한다.

 저작권법상의 문제도 예견된다. X파일은 일정한 사상·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서 저작물이라 할 것이고, 그렇다면 이를 타인에게 e메일로 보내거나 내려받는 것은 저작권자(계약에 의해 A기획사가 저작권을 가질 가능성이 많다)의 전송권·복제권 등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터넷 이용자들은 지금이라도 경각심을 갖고 배포를 중지해야 한다.

 ISP 역시 법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ISP에는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 그 서비스를 통해 배포되고 있다는 것을 알거나 알 수 있고 통제할 수 있다면 이를 삭제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ISP가 이를 게을리 하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더구나 X파일에 연예인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 있다는 것은 이미 공지의 사실이 되었고, 연예인 측으로부터 관리 요청 등도 받았을 것이다. 이런 법적 책임을 떠나서 더는 피해가 확산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ISP의 협력이 절실하다. 대부분 ISP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해서 이 사건 파일의 존재가 알려지고 배포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인터넷 역기능의 위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또 우리 법제가 아직 디지털 시대에서 개인 프라이버시 등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드러났다. 개인의 정보보호에 대해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있으나, 그 적용 대상을 정보통신서비스 분야에 한정하고 있으므로 이번 사건에 적용되긴 어려울 것이다. 이번 기회에 일반법으로서 개인 정보 및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가 정비돼야 할 것이다.

◆신병섭 변호사 우보종합법률사무소 wfcc@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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