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A기기에 `자물쇠` 채워라

 ‘이제는 디지털 프린팅도 보안이 필수.’

 내부 문서 기술 유출에 따른 피해가 산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대표적인 사무기기(OA)인 디지털복사기·복합기·프린터 등에도 문서 보안 기능이 필수적인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개인 정보를 많이 다루는 금융과 보험 회사, 기술과 생산시설이 밀집한 연구소와 생산단지, 내부 정보 관리가 철저한 다국적기업 등을 중심으로 보안 기능을 접목해 OA를 새로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더욱이 산업자원부·국가정보원 등 관련 부처에서도 핵심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기존 OA에도 문서 보안 수준을 크게 높이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산업계, OA 보안 ‘발등의 불’=LG전자 창원공장은 공장 내 복사기·복합기·프린터 등 다양한 OA를 대상으로 사용 실태와 보안성을 위한 종합점검을 진행중이다. LG는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사무기기를 새롭게 재배치하는 한편 그동안 다소 취약했던 복사 문서 관리와 문서 전송 등을 시스템으로 일괄 처리해 내부 문서가 무방비로 유출되는 일을 방지키로 했다.

 법률사무소인 김&장도 문서 보안 기능을 크게 높인 프린팅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김&장은 OA업체와 공동으로 컨설팅을 진행중이며 내부 문서의 무분별한 전송과 복사는 물론 복사 문서의 로그도 자동으로 삭제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교원자동차보험은 최근 전자문서의 위조와 복사를 방지하는 시스템을 새로 도입했다. 이 밖에 GM대우와 산업은행도 사무기기를 통한 정보 유출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전산실과 자체 보안팀을 중심으로 보안 기능이 강화된 OA나 시스템 도입을 적극 검토중이다.

 이와 별도로 국정원과 산자부에서도 최근 기술 유출 사건이 빈번해지면서 복사기의 보안성을 높일 수 있는 추가 방안을 강구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컬러복사기만을 대상으로 위폐와 위법한 설계 도면 복사를 막기 위해 개별 제품에 시리얼 넘버를 부여하는 신고제도를 시행해 왔다.

 ◇보안 OA 제품 라인업 구축 활발=한국HP는 내년 2월경 보안 기능을 한층 강화해 사용 현황은 물론 기본 문서 내용과 복사 로그까지도 종합 관리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HP는 이를 위해 전자·자동차·금융 등 5개 산업의 대표 업체를 선정해 사내 OA의 비용과 보안 상태를 점검해 주는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이 회사의 조태원 전무는 “OA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하면서 조만간 보안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후지제록스도 보안 기능이 강화된 복합기의 요구가 높아지자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제록스는 지난달 ‘워터마크’ 기능을 지원하는 제품을 시작으로 보안 수준을 높인 제품 라인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 밖에 신도리코와 도시바 제품을 취급하는 카이시스 등 대부분의 OA업체가 소프트웨어 기업과 별도 팀을 구성하고 문서 보안 기능이 강화된 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는 등 보안 기능을 탑재한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배경과 전망=OA에 대한 보안 요구가 높아진 것은 다른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OA 제품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세대교체가 활발하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출시되는 OA 제품은 마치 서버처럼 외부 네트워크와 맞물려 문서 전송은 물론 e메일까지 가능해 기술 문서·설계 도면·대외비 문서 등 중요 문서를 손쉽게 밖으로 내보낼 수 있다.

 하지만 e메일 등 컴퓨터를 통한 문서 보안은 엄격한 데 반해 정작 OA는 ‘보안 사각지대’로 지적돼 왔다. 기껏해야 개발 제안서나 인사 정보, 대외비 문건 등을 다루는 부서의 OA를 전산실 혹은 중앙센터에서 일괄 관리하는 수준이었다. 관련 업계에서는 앞으로 OA 디지털화가 급속히 추진되면서 OA 제품의 보안 기능도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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