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차세대 DVD표준` 주도권

차세대 DVD 포맷을 둘러싸고 소니·마쓰시타 등 블루레이 진영과 도시바 등 HD DVD진영간에 주도권 싸움이 불꽃을 튀고 있는 가운데 할리우드의 대형 영화사들이 도시바 진영의 HD DVD 지원의사를 밝혀 HD DVD 진영이 일단 표준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

▲HD DVD진영 일단 유리= 아시안월스트리트·A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파라마운트 홈엔터테인먼트, 유니버설 픽처스, 워너브러더스, 뉴라인시네마 등 할리우드의 4개 대형 영화사들은 내년 말부터 HD DVD 포맷으로 제작한 영화 DVD타이틀을 내놓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AP에 따르면 이들 할리우드 영화사가 내놓는 HD DVD 영화는 미국 DVD 전체 판매량의 45%에 해당하는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발맞춰 도시바는 내년 4분기, 겨울 성수기에 맞춰 HD DVD 플레이어와 HD DVD가 장착된 랩톱 컴퓨터를 내놓는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내년 크리스마스 시점이면 HD DVD플레이어가 1000달러 정도에 판매되고 2006년말에는 500달러 수준으로 떨어져 HDTV와 좋은 짝을 이룰 것으로 예상했다.

도시바 측은 비록 블루레이 포맷이 HD DVD보다 많은 디지털 프로그램을 저장할 수 있지만, HD DVD포맷이 현재 사용중인 DVD와 기술적으로 유사하기 때문에 더 싼값에 제조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할리우드의 속셈은?=파라마운트 픽처스의 로브 프리드만 최고 운영책임자(COO)는 “HD DVD가 제조비용과 생산의 용이성, 고객들에게 좋은 품질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점을 갖고 있다”며 HD DVD지원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할리우드 영화사들이 과거 비디오 규격 제정시 겪었던 혼란을 되풀이하지않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번 할리우드 영화사들의 HD DVD 지원 방침은 80년대 VHS와 베타 규격을 놓고 소비자들에게 엄청난 혼란을 초래했던 과거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고민이란 분석이다.

불법복제와 이에 따른 매출감소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 영화사들이 차세대 DVD 규격을 놓고 표준전쟁을 벌이기보다는 불법복제 차단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는 게 더 시급하다고 판단했다는 지적이다.

▲표준 전쟁 아직 끝나지 않았다=그러나 이번 지원 방침으로 두 진영간 규격 싸움이 종지부를 찍은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이번 발표가 DVD 하드웨어 제조업체들에게 두 규격을 모두 지원하는 제품의 생산을 강요할지도 모른다고 AP는 전했다.

소니가 소유하고 있는 콜롬비아 픽처스는 당연히 블루레이 지원그룹에 속해 있지만 양 DVD 진영 모두 뉴스코프 소유의 21세기 폭스사를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 가정용 콘텐츠 업계의 거인인 월트디즈니도 어느 진영을 선택할 것인지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

VCR와 달리 컴퓨터 및 주변기기 시장과의 밀접한 관련성과도 변수로 남아 있다. 필립스 등 세계 주요 가전업체를 비롯해 물론 삼성전자, HP 등 PC 및 주변기기 업체 등 89개 업체로 구성된 블루레이 진영이 4개 할리우드 영화사의 발표와는 무관하게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관망세를 유지하며 양측을 모두 지원하는 비디오 압축 기술을 제공하고 있으며 블루레이 진영의 삼성전자는 내년 HD DVD 발표 계획도 갖고 있다.

AP는 할리우드 영화사들이 “소비자들이 원한다면 두가지 포맷의 DVD를 생산할 것”이라는 단서를 붙였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이번 발표는 오히려 두 포맷을 지원하는 제품을 동시에 생산토록 전자업체들에게 압력을 가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규태기자@전자신문, kt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