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기업이 중국에서 퇴출 되기만을 기다리며 줄을 서 있는 기업들이 전세계에 널려 있다” (마이클 맥킨, 차이나링크 회장)
“중국은 스스로를 용이라고 평가한다. 중국사업 추진에는 언어구사력, 인내력, 추진력 등을 갖춘 최고 인력을 투입하라” (맥켄지 중국 컨설팅 제1조)
흔히 중국시장을 ‘올림픽 경기장’이라고 평가한다. 세계 각국의 각 분야 기업들이 총망라돼 완전경쟁을 벌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진출 품목은 국제경쟁력을 가진 제품들로 집중되고 향후 불확실성 등을 뛰어넘을 수 있는 자금과 인력이 뒷받침돼야하기 때문에 중국에서 살아남는 기업은 세계 어디서라도 생존가능하다는 뜻이다.
바늘구멍을 뚫듯 어렵긴 하지만 중국시장에서 속속 성과를 보이고 있는 우리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삼성은 중국 전체 소비자 상위 5%만을 타깃으로 한 ‘프리미엄 전략’으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대표 상품이 ‘애니콜’ 휴대폰이다. 멀티미디어·카메라 등의 기능을 담은 고가폰에 집중돼 있고 수량기준 점유율도 12.2%다. 중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삼성전자의 GSM 휴대폰 평균 단가는 2500위엔. 소니에릭슨(2157위엔)과 모토로라(1885위엔), 노키아 (1526위엔) 등과는 큰 차이가 난다. GSM 전체 평균단가 1621위엔과도 약 1000위엔 차이다. CDMA 단말기는 5000위엔이 넘는다. 우리돈으로 80만원에 육박한다.
이에 대해 주효양 삼성전자 중국법인 상무는 “중국기업과 가격으로 승부하면 백전백패”라면서 “브랜드와 유통망의 철저한 관리를 통해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하는 것이 삼성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근 현지 CDMA단말기 판매 라이선스를 획득한 팬택 역시, 고부가 제품 전략에 집중했다.
첸 수 팬택 중국법인장은 “삼성전자·LG전자에 이어 자체 브랜드로 중국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면서 “첨단기술과 브랜드를 앞세워 중국 휴대폰 시장을 리더하는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자회사인 SK텔레텍의 지분 출자와 현지 다탕텔레콤·신장텐디그룹과 공동으로 단말기 합작사인 ‘SK모바일’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내년 1분기부터 GSM 단말기의 생산에 들어가 단계적으로 생산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중소 IT기업들의 성과도 속속 결실을 보고 있다.
아이파크 베이징 사무소에 입주해있는 글로웰텔레콤은 통신 소프트웨어(SW)와 무선모뎀으로 현지 통신장비업체와 적극적인 개발을 추진중이고 모바일 콘텐츠 기업 엠드림도 현지 무선인터넷 시장 진출에 한창이다. 온라인 게임 개발과 판매를 맡은 태울, 제너시스템즈는 패킷텔레포니프로토콜과 시스템으로 인터넷 전화 시장을 공략중이다.
중국 최대 정보통신전시회로 지난달 열린 ‘PT/엑스포컴 차이나 2004’에 참가한 국내 참가업체들도 수출상담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산업용 PDA업체 모바일컴피아는 중국 단말기업체 방정이화과기유한공사에 GPS PDA폰 초도물량을 공급해 차이나유니콤에 제공하기로 했고 클립콤은 차이나텔레콤이 내년초 실시할 ‘원폰’ 시범서비스에 맞춰 블루투스 액세스포인트(AP)를 수출키로 했다. 이외에도 전자태그(RFID) 전문업체 ASB와 동축케이블을 출품한 예은테크 등이 수출상담을 벌여 계약체결을 앞두고 있고 벨록스소프트, 모빌탑 등 무선인터넷솔루션 업체들도 중국 로컬 휴대폰 업체와의 거래 채널 확보에 청신호를 밝혔다.
현지 전시회에서 한국관 운영을 지원한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최형경 과장은 “현지화 전략을 중심으로 우리기업들의 중국 IT제조 및 마케팅 기반이 대거 확충되면서 수출상담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모영주 아이파크 베이징소장은 “우리기업들의 공격적인 현지화 노력으로 중국시장에서 우리나라의 국가브랜드와 기업 브랜드 인지도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비즈니스 실적으로 연결하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베이징(중국)=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인터뷰]존류 SK텔레콤 차이나 사장
“중국 이동통신시장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SK텔레콤 역시 중국 정부의 3G 라이선스 부여에 맞춰 현지업체와 제휴를 모색하는 등 적극적인 참여를 준비중입니다.”
SK텔레콤 중국법인을 총괄하고 있는 존 류 사장은 중국 이동전화시장이 SK텔레콤에 새로운 기회를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3G 라이선스 부여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이동전화 가입자, 그리고 저가에서 고가로 바뀌는 교체 수요 등이 중국시장에서 SK텔레콤이 노릴 수 있는 성장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지난 2002년부터 3년간 중국 이동통신시장의 급성장과 변화를 지켜봤고 NTT·싱가폴텔레콤 등 다국적 통신회사를 두루 거친 만큼 현지 정보와 판단은 누구보다 빠르다. 차이나유니콤과 무선인터넷 합작법인 ‘유니SK’를 설립하고 최근에는 다탕그룹과 자회사 SK텔레텍의 합작법인을 이끌어내는데도 큰 몫을 했다. 단말기 제조에서부터 유통,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으로 제공해 최대 성장지인 중국에서 글로벌사업의 꽃을 피우겠다는 전략이다.
류 사장은 “CDMA에서 구축한 기술력을 전파하고 다양한 무선인터넷 솔루션을 현지에 공급중”이라면서 “향후에는 DMB, 단말기, 3G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종합 멀티미디어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3G 시대가 도래하면 각종 부가서비스와 결합돼 단말기 판매에서도 두자릿수 이상 점유가 가능할 것”이라면서 “단문메시지서비스(SMS)가 캐시카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기업을 대표해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면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중국은 아직까지 정책의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고 이것은 현지업체들도 겪고 있다”면서 “한국서 체득한 경험을 현지화하고 중국인들의 입장에서 역지사지하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중국인 사로잡은 한국산 휴대폰
“한국 휴대폰 멋집니다. 비싸긴 하지만 디자인과 성능이 최고입니다.”
지난달 27일 중국 베이징시 상업거리인 서단 군태백화점에 위치한 삼성 대형매장. 노키아·모토로라 등 여러 외국계 휴대폰 업체들의 매장이 있지만 그 중 한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자리잡고 있었다. 삼성샵을 둘러보는 중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매장에서 만난 리원 위(22세)는 “작년 3월에 삼성전자 CDMA폰인 ‘SGH-X458’을 구매해 사용중”이라면서 “삼성전자 휴대폰은 모양이 좋고 품질이 보증돼 마음을 놓여 구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가족들도 삼성전자 휴대폰을 사용중”이라면서 “이후 동영상폰 등이 나오면 돈을 모아 구입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리원위씨는 한국 업체인 LG전자와 VK 브랜드도 알고 있었다. 그는 한국 휴대폰에 대해 “중국업체들보다 기술력과 디자인이 좋다”고 설명했다.
베이징시에서 한달에 판매되는 휴대폰은 약 25만대. 삼성전자는 3만대 정도 판매한다.
매장에 즐비하게 전시된 휴대폰들은 효리폰에서부터 저가 GSM폰까지 다양한다. 가격도 990위엔에서 5580위안까지 폭이 넓다. 삼성폰중 중국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모델은 ‘SGH-E808’. 30만화소, 슬라이드 기능을 갖춘 것으로 가격은 4980위엔(한화 74만여원)이나 된다. 국내에 출시된 비슷한 모델에 비해 10만원 정도 비싸지만 인기가 폭발적이다. 일명 ‘효리폰’은 130만화소 카메라를 탑재해 5580위엔(한화 약 83만여원)에 팔린다. 최고가다. 일부 모델들은 웃돈을 받고 팔기도 했다고 매장 직원은 긔뜸했다.
옆에 위치한 LG전자 매장에서도 200만 화소 ‘LG C910’이 7880위엔(한국돈 118만원)에 팔리고 있었다. 한국 휴대폰의 고부가 전략이 시장에 먹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 중국시장은 100만화소 이상 메가픽셀폰은 주류를 형성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군태백화점과 작은 길을 사이에 두고 위치한 휴대폰전문매장인 ‘과기광장’에도 우리나라 휴대폰 판매가 성황을 이뤘다. CDMA와 GSM 모두 통화가 가능한 ‘월드폰’도 선보였다.
삼성전자 중국법인 이상국부장은 “내년에 3세대 라이선스가 부여되는 것에 맞춰 고기능 영상폰도 준비중”이라면서 “기술력과 브랜드력으로 시장을 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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