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현장을 가다]SBS 디지털 뉴스 제작실

 숨가쁘게 돌아가는 SBS(대표 송도균) 뉴스 제작실에는 테이프도 종이도 없다. 뉴스 작성과 송고는 물론 동영상 편집부터 지난 방송자료 검색까지 모두 디지털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수년 전 빌 게이츠가 상상했던 종이없는 사무실이 여기에 있었다.

 SBS는 지난해 11월 뉴스 디지털 제작 시스템을 가동해 한국 디지털 방송 역사의 첫 장을 열었다. 뉴스 제작과 보도 전과정을 디지털화한 방송국은 국내는 물론 전세계 통틀어서도 손가락에 꼽는다.

 실제로 SBS 뉴스팀은 김선일씨 피살 이후 가장 빠르게 이라크 사태 대책 마련을 지적하는 특집 방송을 제작 방영하는가 하면, 각종 이슈 보도에서도 풍부한 인터뷰 자료를 바탕으로 한 분석뉴스를 제공해 눈길을 끌었다.

 영상자료를 자유자재로 요리할 수 있는 40대의 비선형편집기, 200명이 동시에 접속할 수 있는 중앙 스토리지, 30분짜리 테이프 10만권 분량의 영상자료를 보관할 수 있는 아카이브(보관) 시스템 덕분이다. 수십개의 테이프를 일일이 돌려가며 편집에만 몇 시간씩 씨름하는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SBS가 디지털 뉴스 제작 시스템 구축에 돌입한 것은 지난 2002년 7월. 이미 정부 차원에서 2010년까지 아날로그 방송 중단을 골자로 하는 디지털 방송화 계획을 내놓은 시점이었다. 디지털 뉴스 제작 시스템은 정부의 디지털 방송 의지와 SBS 목동 신사옥 이전과 맞물려 SBS가 전사적으로 추진한 최대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이를 위해 SBS는 보도, 기술, 전산, 영상편집 등 회사 전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뉴스디지털팀’을 최고경영자 직속기구로 발족했다. 미개척지로 떠나는 탐험가를 빗대 ‘황야의 7인’으로까지 불렸던 뉴스디지털팀은 이후 조직을 늘려가며 1년 6개월 만에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한국IBM과 5개 디지털미디어솔루션업체(D2NET, I&S시스템, 코난 테크놀로지, CIS, TGV)가 프로젝트 수행업체로 선정돼 실제 시스템 구축에 참여했다.

 외국에서도 선례를 찾기 힘들었기 때문에 시스템 구축에는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프로젝트 규모만 따져도 증권사 시스템 2개를 동시에 개발하는 것과 같았다. 개발과정과 시행과정에서 착오도 여러번 있었고 디지털 기술 습득에 어려움을 나타내는 내부조직도 달래야 했다. 산고 속에 탄생한 SBS 뉴스 제작 시스템은 이제는 일본, 인도, 프랑스 등 전세계 방송관계자들이 벤치마크할 정도다.

 <인터뷰> 이선명 8시 뉴스팀장

 “뉴스 디지털 시스템 도입은 단순한 기술의 업그레이드가 아닌, 전혀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입입니다. 낡은 관행과 비효율적인 요소와의 싸움이기도 합니다. 조직은 관성의 법칙에 따르기 마련이어서 변화를 원하면서도 변화하기를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SBS 뉴스 디지털 시스템 구축을 진두지휘한 이선명 팀장은 방송 디지털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사적인 차원에서의 뚜렷한 목표의식과 해당팀의 전권 부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사적인 시스템 개발은 인사, 조직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외국에서도 최고경영자 직속기구로서 전권을 가지고 추진한다는 것.

 구축이 끝난 뒤에 디지털 마인드를 심어주는 직원 교육도 필수적이다. 특히 이 팀장은 “기술적인 어려움보다 사소한 문제나 오해 때문에 프로젝트가 좌초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년 가까이 취재현장을 누벼온 기자이자 현재 SBS 8시 뉴스팀장이기도 한 이 팀장은 “엔드유저 입장에서 현장의 소리를 기술을 통해 그대로 구현하는데 초점을 뒀다”며 디지탈 뉴스 시스템에 대한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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