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용 소프트웨어(SW)업체들이 국내 중견·중소기업(SMB) 시장에 영업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가운데 풍향계 역할을 하는 전사자원관리(ERP) 분야에서 초기 시장 진입에 애를 먹고 있다.
국내 SMB ERP 시장이 경기악화 등으로 성장세가 크게 둔화된데다, 아직까지는 외국계 솔루션이 국내 중소기업 환경에 맞는 현지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SMB 시장을 토대로 성장해 온 국내 업체들의 저항도 외국계 업체들의 시장 진입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국계 고전=대기업 시장에 주력했던 다국적 ERP업체들은 주력 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들자 그 대안으로 SMB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주목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SAP코리아는 지난 7월부터 다음달까지 3500만원짜리 중소기업용 솔루션을 구매하는 5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하드웨어와 1년 유지보수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벌여, 현재 14개의 고객을 확보했다. SAP코리아의 관계자는 “이번 프로모션을 통해 국내 SMB 초기 시장에 확실하게 진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다르다. ERP 시장에서 SAP의 브랜드와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감안할 경우, 중소기업 14개를 고객으로 확보한 것은 그리 좋은 성과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국내 ERP업체 S사 관계자는 “ERP 시장에서 SAP가 갖고 있는 무게를 감안하면 10여개 사이트는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오라클과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렇다 할 레퍼런스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오라클은 올해 SMB 시장에서 단 1곳(미샤화장품)의 고객만 확보했고, 파격적인 조건으로 MS의 SMB솔루션을 공급중인 엔터프라이즈솔루션즈그룹코리아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오라클 관계자는 “외산 제품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베스트 프랙티스(최고 실행)를 자랑하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 맞는 커스터마이징된 솔루션이 부족하다”며 “가격에 민감한 중소기업들이 비교적 저렴한 국산을 선호하는 것도 장애 요인”이라고 말했다.
◇시장 침체도 원인=국내 ERP 시장 침체도 외국계 업체들의 고민을 가중하고 있다. 중소기업 정보화에 대한 정부의 자금 지원이 줄어든데다, 자금 지원 방식도 ERP 구축 성공 기업으로 한정되면서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인 KRG에 따르면 올해 국내 SMB ERP 시장은 지난해(1520억원)와 비슷한 1600억원 규모를 형성할 전망이다. 외국계 업체들의 가세로 시장의 사이즈는 그대로인데 경쟁업체만 늘어난 것이다.
영림원의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중소기업들이 솔루션 도입을 미루고 있다”며 “SMB 시장이 성장하려면 경기 회복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오라클 관계자도 “외국계 업체들이 시장 진입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파격적인 조건들을 내걸고 있지만, 성과는 좋지 않다”며 “일단은 제살깎기식 경쟁을 피하고 시장이 성숙되기를 기다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궁지에 몰린 국내 업체들이 과감한 윈백과 고객지원체계 강화, 확장 ERP 시장 진입 등으로 외국계 업체들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올해 한글과컴퓨터, 원풍 등 몇몇 중소기업이 외국계 솔루션을 걷어내고 국산 솔루션을 도입한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다국적 솔루션 업체들이 SMB 시장 공략에 대한 고삐를 늦출 것 같지는 않다. 본사 차원에서 SMB 시장에 주력하고 있는데다, 대기업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여서 선택의 폭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SAP코리아는 올해 목표 달성을 통해 내년에는 국내 SMB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할 계획이다. 한국오라클도 연말부터 가격 인하 등 다양한 프로모션으로 SMB 영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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