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분야 벤처기업에 취업하는 외국인이 크게 늘고 있다. 우리나라의 앞선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오는 경우도 있고, 자신의 기술력을 펼치기 위해 전문 연구직으로 취업해 오는 경우도 자주 본다. 글로벌 시대에 이 같은 현상은 오히려 자연스럽다. 그러나 많은 외국인이 우리말에 대한 언어 장벽을 넘지 못해 업무에 지장을 받거나, 귀국하는 일도 생겨나고 있다.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자니 우리나라 직원들이 이해를 못하고, 우리말로 하자니 외국인 근로자들이 답답하다.
언어는 한 나라의 문화를 알리는 수단이다.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언어 습득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수교관계를 맺은 나라에 주재하는 현지 대사관이나 영사관의 경우 독학으로 우리말을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곳은 드물다.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의 ‘한류’ 열풍은 한국 문화의 해외 보급을 확산하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한류 열풍에 힘입어 우리나라에 대한 이미지도 많이 바뀌었다. 동남아에서의 한류열풍은 한국에 대한 동경을 가져왔다. 우리나라에 대한 이러한 이미지는 수출전선으로 이어져 수출주력품목인 IT분야가 성장하는 디딤돌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바이어, 근로자의 입국도 늘고 있다. 특히 3D업종을 시작으로 늘어난 외국인 근로자는 IT업종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IT업종에 외국인 취업이 늘면서 다양한 사회문제가 생겨났다.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이들이 우리말과 문화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취업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동남아 등지에서 입국하는 관광객, 근로자에게 우리말을 교육하는 기관과 교재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입국한 근로자는 한결같이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한글을 배우고 싶어도 아예 가르치는 곳이 없어 배울 수 없었다고 말한다. 간혹 한국어를 구사하는 외국인 근로자도 있지만 이들이 가장 먼저 배운 말은 거칠고 부정적인 말이 대부분이다.
코리안 드림의 꿈을 안고 한국을 찾아온 35만명의 외국인 근로자와 산업 연수생 또한 의사 소통 문제가 업무 진행의 차질로 이어져 한국 중소기업의 피해와 근로자의 부당한 대우가 빈번이 발생한다.
언어 소통에서의 문제점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600만명에 이르는 재외 동포에게도 우리말은 큰 문제다. 교포 1세대나 1.5세대는 문제가 없지만 2·3세대의 자녀를 가진 부모는 고민이 많다. 자녀에게 한국말을 가르치고 싶지만 실제 교육을 받고 학습할 만한 시설과 여건이 없기 때문이다. 해결 방법은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다.
1차적으로는 전세계 각국에 있는 영사관, 대사관, 한국어 교육 기관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한국을 방문하거나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교포, 외국인을 위해 재외 공관에 한국어 학습과정을 설치, 운영하면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다른 방법은 해외 교포들이나 우리나라 거주 외국인을 위한 교육과정을 만드는 일이다. 한글 학교 육성, 인터넷을 통한 한글 교육프로그램 활성화도 좋은 방법이다. 여기에 외교통상부, 산업자원부, 노동부와 중소기업청의 지원이 이뤄진다면 금상첨화다. 외국 거주 한국인과 우리나라 거주 외국인 근로자·산업 연수생의 한국어 교육을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외국인 근로자 문제는 3D업종에서의 단순한 육체적 노동력을 이용하는 단계를 떠나 우리와 다른 사고방식과 문화를 가진 외국인 엔지니어들의 정신적 노동력을 이용해야 하는 단계다. 이런 단계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의사소통이 원활해야 한다.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말 교육도 중요하다. 우리말은 우리의 문화와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지원뿐만 아니라 IT산업계 스스로 좀더 효율적으로 외국 근로자를 활용하기 위해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우리말 배우기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기업의 최대 목적은 수익 창출이다. 그러나 앞선 우리 IT기술을 바탕으로 좀더 체계적이고 다양한 우리말 학습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면 국가의 이미지를 높이고 주변 국가에 한국 문화의 가치와 역량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박준혁 인탑시스템 사장 ceo@8282p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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