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강국을 건설하자]나노코리아를 이끄는 사람들(9)정윤하 포항공대 교수

“나노 기술을 통하지 않고는 결코 신산업·신기술의 혁신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포항공과대학교 전저전기공학과 정윤하 교수(54)는 이같이 밝히며 반도체 소자 영역을 마이크로미터 수준에서 나노미터 수준으로 넓히는 산업화 연구에 몰두,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나노 기술을 통한 반도체 기술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정 교수가 혼신을 쏟는 분야는 나노 상보성금속산화물반도체(CMOS)로 이 분야에선 세계적인 전문가로 손꼽히고 있다.

“CMOS는 집적도가 높아 정보 처리 속도가 빠른 반면 전력 소모는 적은 특성이 있습니다. 게다가 크기를 지속적으로 축소함으로써 제조원가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현재 가장 중요한 반도체 소자로 인식되고 있을뿐더러 응용 분야도 RF회로 등 다양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존 구조(MOSFET)에서 소자의 크기를 100nm 이하로 줄이면 많은 문제점이 발생한다. 단 채널효과·불균일한 불순물(Dopant) 분포로 인한 문턱 전압의 변동·핫 캐리어(Hot-carrier)·얇은 게이트 옥사이드 터널링 등으로 인해 소자의 성능과 신뢰도가 떨어지고 소자 집적시 고열이 발생한다.

정 교수는 바로 이러한 문제점 해결을 위해 지난 95년부터 나노기술연구센터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나노 기술중 가장 빠른 시일 내 상용화가 이뤄져 산업적인 파급효과가 가장 클 분야는 나노 CMOS 기술입니다. 나노 CMOS 기술이 멀지 않아 우리의 반도체 강국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해 경제의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현재 정윤하 교수는 국내 대형 반도체 업체와 협력, 65nm 나노 CMOS 산업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정 교수는 빠른 시일 내에 기업의 수익 창출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나노 CMOS 기술을 산업화로 이끄는 교량 역할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정 교수의 이러한 배경엔 65nm 나노 CMOS 기술과 관련 세계전자전기학회논문지에 특허를 4편 이상 게재하는 성과를 거둬서다. 이 연구결과는 세계 연구 수준보다 1∼2년 앞선 것으로 기술 개발을 마치고 양산라인에 적용될 경우 2배 이상의 수익창출은 물론 나노전자소자 분야에서 세계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이와 함께 나노 CMOS 기술을 기반으로 한 RF 칩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CMOS 소자의 고속 동작특성을 이용해 RF 회로를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RF회로 구현을 위해 현재 고가의 III-V 화합물 반도체 소자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CMOS의 크기를 줄이면 III-V 화합물 반도체 소자와 비슷한 RF 특성을 보여주고 있어 나노 CMOS 기술을 활용할 경우 저렴한 가격에 RF 칩을 만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는 “향후 20년간은 나노 CMOS가 반도체 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나노 COMS도 크기를 줄이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나노CMOS 축소화 한계에 부딪힐 경우 어떤 전자소자가 나노 CMOS를 대신할지에 대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지만 양자 비트(Qubit)를 이용한 양자컴퓨팅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입니다”

정 교수는 현재 일본 NTT의 기초물성연구소와 공동으로 현재 슈퍼컴퓨터 연산능력보다 수백만 배의 획기적인 성능을 보일 것으로 예측되는 양자컴퓨터 구현을 위해 양자 비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 NTT 측이 피지컬리뷰레터(PRL)·어플라이드피직스레터(APL) 등 유수 학술지에 지난 1년간 양자비트 관련 논문 6편을 게재하는 등 정 교수의 활발한 연구활동을 눈여겨 보고, 자국 출신의 전문가가 아닌 정 교수에 이례적으로 공동 연구를 제안한 것이다.

“수년 전 양자 비트 연구 프로젝트를 정부 측에 제안했다가 보기 좋게 거절당했습니다. 당시 심사위원들이 양자 비트를 이해하지 못한 결과였습니다. 너무 앞선 선행 기술이어서 인정을 받지못한 셈이죠. 뒤늦게 일본과 양자 비트를 공동 연구, 학자로선 만족하지만 한국인으로선 여전히 아쉬움이 남습니다.”

향후 나노 기술이 접목된 양자 컴퓨팅 시대의 주도권을 경쟁국에 빼앗기지 않을까 하는 정 교수의 애국심의 발로에서다.

그래서 정 교수는 나노 인프라 산업 구축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아이디어가 있어도 나노 기술을 직접 구현하고 측정하려면 엄청난 자금이 필요합니다. 장비 한대에 수억 원씩 하는데 여유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이나 대학들이 나노 기술 연구에 엄두를 내겠습니까. 이에 중소기업과 대학의 나노기술 연구를 지원하는 나노기술집적센터와 나노기술산업화지원센터를 설립했습니다.”

정 교수는 양 센터을 통해 포스코·하이닉스·LG전자·일진나노텍 등 국내 10여 개 기업과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구축, 1000여 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기술 정보를 활발히 교류하는 등 우리나라가 나노 기술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데 앞장서고 있다.

특히 5년간 1300억 원 이상 규모의 대형국책사업인 나노기술직접센터 사업단장으로서 차세대 나노소재산업의 기술개발·기반구축·인력양성·서비스·공동네트워크 구축 등의 방법으로 나노 기술 산업화와 효율적인 연구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87년 포항공대에 클린룸을 설치하고 나노원자층제어기술을 연구할 당시 국내 나노산업은 마치 황무지와 같았습니다. 국내에 연구할 팹과 나노 단위를 측정하는 시스템이 없었을 뿐더러 정부로부터의 지원은 꿈도 꾸지 못하는 척박한 연구환경이었습니다.”

정 교수는 “나노 기술을 연구하면 겪은 숱한 고초가 후배들과 우리나라 나노산업에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나노 산업 인프라 구축과 함께 나노 CMOS 기술을 산업화, 국내 산업이 세계 선두주자로 가는 데 있어 한 구성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점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안수민기자@전자신문, smahn@

[국내 나노 CMOS 연구자들]

수 십 년 동안 CMOS 크기는 기술 혁신을 통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으며 이를 통해 산업에서 CMOS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는 소자의 크기를 줄일수록 단위 면적에 집적할수 있는 소자의 수를 늘릴 수 있고 소자 간에 신호가 오가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줄어들어 보다 빠른 속도로 보다 많은 양의 데이트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CMOS 기술의 로드맵에서 물리적인 제약을 받는 수나노 미터 크기의 소자를 개발하고자 포항공대를 비롯한 충남대·서울대·경북대·고등과학원 등의 연구인력들은 선진국의 연구인력들과 나노 CMOS 산업화 경쟁을 벌이고 있다.

21세기 들어 유수 반도체 업체들이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는 속에서 미래의 세계 반도체 산업 패권 달성여부는 이들의 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충남대 이희덕 교수는 나노 CMOS 공정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LG반도체 출신인 이 교수는 지난 92∼93년에 ETRI와 함께 차세대 메모리용 반도체 소자를 연구했다. 10년 내에 상용화할 수 있는 소자를 개발함으로써 산업체에서 응용할 수 있는 차세대반도체연구를 수행하는 중이다.

모토롤라 연구원으로 재직한 바 있는 서울대 신형철 교수도 대표적인 연구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신 교수의 주특기는 나노CMOS 구조 연구이다. 나노 CMOS RF 모델링 개발 연구를 수행하는 등 나노 CMOS 산업화에 힘 기울이고 있다.

서울대 박병국 교수는 나노 양자 복합소자를 연구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삼성종합기술원 김정우 박사팀과 공동연구를 진행, 세계 최초로 30나노미터(㎚)의 극미세선 폭을 가진 실리콘-산화막-질화막-산화막-실리콘(SONOS: Silicon-Oxide-Nitride-Oxide-Silicon) 구조의 플래시메모리 소자를 개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SONOS 구조 메모리 소자는 제조원가가 낮고 기존에 사용한 CMOS 라인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최근 모토롤라·AMD·히타치·도시바 등에서 연구개발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나노 CMOS 시뮬레이션 분야를 주로 연구하는 고등과학원(KIAS) 김대만 교수, 나노CMOS 모형화를 연구하는 경북대 이종호 교수 등이 나노 기술의 산업화를 선진국보다 앞당기기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미 유티달러스 나노연구소 이정수 박사 등 해외에서도 나노 소자 전문가들이 활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