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마컴과 함께 한 주광현 사장(44)의 성장사는 한마디로 ‘드라마틱’하다.
지난 98년 9월 창립, 그해 1억여원의 매출을 올린 시그마컴은 이듬해 118억원, 그 다음해인 2000년에는 595억원이라는 매출실적을 기록했다. 경이적이다. 그래픽카드 등을 직접 제조·판매하던 시그마컴은 당시 국내 PC특수를 톡톡히 본 셈이다.
하지만 국내 PC수요의 추락과 함께 시그마컴의 매출도 급전직하, 작년 매출은 265억원에 그쳤다. 상황이 이쯤되자 주 사장은 결단을 내려야 했다.
“지금의 PC부품·주변기기로는 안정적인 매출원 확보에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도 메인기기의 경기 부침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독자적인 세트제품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이죠.”
이것이 바로 전형적인 PC부품·주변기기 업체인 시그마컴이 최근 ‘디지털 세트기기’ 분야로 기수를 돌린 배경이다. 이에 따라 주 사장은 지난해부터 디지털 TV에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당시는 아직 방송방식이 결정되지도 않은 시기였지만 ‘더 늦으면 때를 놓친다’는 생각에 연구개발에 전력했다.
그 결과 최근 17인치 완제품 LCD TV와 HDTV용 셋톱박스 등을 자체 개발하는 데 성공, 현재 본격 출시만 남겨놓고 있다. 특히 올해는 교육방송 특수에 따른 TV수신카드 부문의 매출이 크게 늘어, 이미 상반기에만 200억원의 매출고를 올려놨다.
이에 따라 주 사장은 올해 그래픽카드 부문에서 350억원을 비롯해 △TV수신카드 부문 165억원 △셋톱박스 및 LCD TV 부문 300억원 등 총 826억원의 매출과 50억원의 경상이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전략
올 하반기 본격 진출하는 셋톱박스 및 LCD TV의 경우 국내외 환경을 고려했을 때 목표액 달성이 무난할 것이라는 게 주 사장의 설명이다.
“미국시장의 경우 연방정부의 적극적인 추진정책으로 오는 2006년까지 방송의 완전한 디지털화가 예정돼 있고, 2007년에는 TV에 디지털 튜너 내장이 의무화됩니다.”
일본 역시 2006년까지 디지털 방송을 전국적으로 실시하며, 2011년이면 아날로그 방송이 전면 폐지될 계획이라고 주 사장은 덧붙였다.
현재 주 사장이 주력상품으로 밀고 있는 것은 HD용 셋톱박스인 ‘블루박스 HD’다.
“디지털TV의 국내 누적판매대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67만대입니다. 이 중 디지털 방송 수신이 가능한 수상기는 18만대에 불과한 상황이죠. 올해 판매된 분리형 HDTV 수량을 합하면 약 150∼200만대의 분리형 셋톱박스 시장이 남아 있습니다. 그만큼 블루박스HD를 팔 수 있는 시장이 형성돼 있다는 얘기죠.”
특히 주 사장은 하반기부터 수출에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주 사장은 당장 내달 미주시장에 직접 이 제품을 들고 나가 현지 바이어들과 제품 판매협상을 시작한다.
이 밖에 전통적인 주력분야인 그래픽카드 부문에서도 이미 지난 6월 PCI 익스프레스 기반의 제품을 국내 업계 최초로 내놓았다. TV수신카드 역시 EBS수능방송 특수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이 두 부문은 신사업을 추진하는 주 사장에게 있어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류경동기자@전자신문, nin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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