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ERP업체들이 허덕이는 배경은 경기 침체다. 주 수요층인 중소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고 연기하기 때문이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의 관계자는 “최근 ERP 도입에 따른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수요는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ERP업체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린 직접적인 원인은 정부의 중기IT화 지원사업으로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난데서 찾을 수 있다.
정부가 지난 2001년부터 시작한 중기IT화 지원사업은 국내 ERP 시장을 붐업시키고 중소기업들이 ERP를 인식하는 기회를 만들어줬지만 그 후유증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실제로 산업자원부가 주관하는 중기IT화 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ERP업체는 총 200개. 이 가운데 20명 미만의 직원을 보유한 업체가 124개며 이 가운데 10명 미만의 업체도 45개에 달한다. 이같은 ERP업체들이 난립해 3000억원 규모의 ERP시장을 쪼개온 것이다.
또 이들 업체가 개발한 시스템은 프로세스에 적합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학연과 지연을 동원, 정부 자금을 받기 위한 작업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특히 ERP는 다른 기업용 솔루션과 달리 매년 회계기준을 반영하는등 시스템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영세업체들의 참여는 사후관리를 부실하게 만들었다. 이는 국내 ERP 공급업체에 대한 불신과 수요 축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연결됐다.
더욱이 상당수의 영세업체들이 사후관리를 염두에 두지 않고 덤핑 경쟁을 부추김에 따라 정상적인 영업을 고수해온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는 경우도 많았다. 사후관리를 위해 고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인력에 대한 부담 때문에 사업을 접은 업체들이 바로 KAT와 지앤텍 등이다. 지금도 중기정보화 사업에 참여하면서 이같은 시한폭탄을 업고 있는 업체들이 한두곳이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올초부터 거세진 다국적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공세도 토종업체들의 어깨에 무거운 짐을 더 얹어 놓았다.
최승출 소프트파워 ERP본부장은“SAP가 SMB시장을 공략하겠다며 소프트웨어·컨설팅·서버·DBMS 등을 모두 포함한 솔루션을 3500만원에 내놓고 있어 국산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않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세계적인 ERP업체인 피플소프트와 마이크로소프트가 본격적인 영업에 돌입해 국산업체 입장에서는 시장 상황이 더욱 어렵게 됐다.
피플소프트의 한국시장 진출이 경쟁사보다 한참 늦었지만 본사 차원에서 인수한 JD에드워즈의 ERP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는 국내 고객사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지사 설립 초기에도 적지 않은 영업력을 과시할 전망이다. 또 지난해부터 SMB시장 진출을 놓고 관심을 모았던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역시 이달말부터 직접 ERP영업에 뛰어든다.
이밖에 올초 국내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미국 ERP업체인 QAD가 중소기업용 제품인 ’MFG프로’ 가격을 40% 정도 낮추고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갔으며 SSA코리아도 지사장을 교체하고 확장 ERP에 대한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토종 국산 ERP업체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사면초가가 아닐 수 없는 상황이다.
윤대원기자@전자신문, yun1972@
SW 많이 본 뉴스
-
1
정보보호기업 10곳 중 3곳, 인재 확보 어렵다…인력 부족 토로
-
2
새해 빅테크 AI 에이전트 시대 열린다…데이터 편향·책임소재 해결은 숙제
-
3
새해 망분리 사업, '국가망보안체계'로 변경 요청…제도 안착 유인
-
4
AI기본법 국회 통과…AI데이터센터 등 AI산업 육성 지원 토대 마련
-
5
'초거대 AI 확산 생태계 조성 사업', 완성도 높인다
-
6
박미연 아란타 영업대표 “국내 첫 온라인 용역 통제시스템 위즈헬퍼원, 국내외 투트랙 공략”
-
7
한눈에 보는 CES 2025 'CES 2025 리뷰 & 인사이트 콘서트' 개최한다
-
8
“기업이 놓쳐서는 안 될 UX·UI 트렌드 2025 세미나” 1월 16일 개최
-
9
난개발식 국민소통 창구···'디플정' 걸맞은 통합 플랫폼 필요성 커진다
-
10
농어촌공사, 120억 ERP 우선협상대상자에 아이에스티엔·삼정KPMG 컨소시엄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