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콘텐츠산업연합회·벤처기업연합회·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 IT중소벤처 관련 3단체는 최근 “콘텐츠 및 인터넷 기업이 주축이 된 DMB 채널이 필요하다”며 지상파DMB 사업권 획득을 위한 추진 컨소시엄 ‘한국DMB’를 공식 출범시켰다. 이에 따라 현재 벌어지고 있는 지상파DMB를 둘러싼 다각적인 논의와 사업권 경쟁도 본격화됐다. 지난 3일 한국DMB 출범을 계기로 마련된 전문가 좌담을 통해 현안과 과제를 긴급 점검했다.
◇김경선(한국DMB 대표)=DMB는 지구상에서 우리나라가 제일 먼저 하는, 전혀 경험하지 못한 멀티미디어 서비스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가 다른 나라에 모델이 될 것이다. DMB의 성공요소는 기술이 아닌 콘텐츠다. 그런 콘텐츠는 기존 매체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기존 방송 플레이어 외에 신규 사업자들의 참여 계기가 마련돼야 한다.
◇현대원(서강대 교수)=지상파 3사의 강력한 콘텐츠도 필요하지만, 이동통신을 통해 지금까지 성장해온 호흡이 짧은 콘텐츠들이 ‘킬러 콘텐츠’로서 활용되어야 한다.
◇정초영(KBS DMB추진단장)=지상파 3사가 기존 콘텐츠를 재송신할 수 있느냐가 사업 성공 여부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은 넌센스다. 새로운 수용자를 만족시킬만한 콘텐츠 개발이 관건이다. 1대1 콘텐츠에 능한 제작자들의 신선한 아이디어가 대접받아야 발전할 수 있다. 기존 방송3사, PP들을 사업자속에 적당히 끼워 맞춰서는 안된다.
◇김경선=DMB는 신규 매체라는 점에서 방송하고 전혀 연관이 없을 수도 있다. DMB 속성을 부정하려는게 아니다. 현재 경험하고, 운용되고 있는 기존 매체들과 개념을 달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DMB는 모바일 환경에서 모든게 기획되고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방송사업자들은 DMB사업 참여를 너무 당연시하고 있다. 이건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그래서 신규 사업자들이 많이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건 시험이고 세계 최초다. 학계나 소비자에 의해 다듬어지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정초영=신규 사업자 많이 필요하다는 데 동감한다. 그런데 방송위원회 시행령 규정의 채널구분에서부터 불합리성이 너무 많다. 비디오, 오디오, 데이터를 몇개씩 쪼개서 해야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아날로그식 규제다.
◇현대원=미래형 콘텐츠는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는 형태가 보편화될 것이다. T커머스나 M커머스도 양방향의 상호 작용을 일으키는 형태로 갈 것이다. 그런데 당국이 불공정한 게임을 조장하고 있다. 앞서 나가고 있는 위성DMB의 속도를 조절하면서 지상파와 위성사업자가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해줄 필요가 있다. 중간자적 입장에서 볼 때, 정부가 지금 해야할 일은 지상파DMB를 표준화되지도 않은 DVB-H와 대결시켜 소비자 선택을 혼란스럽게 할게 아니라, 위성DMB와도 모두 연계시켜 공정한 평가와 검증작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초영=돌출된 DVB-H는 그저 노키아라는 일개 기업의 추진방식 일뿐이다. 아직 유럽 표준화도 제대로 안돼 있다. 표준 규격을 위한 필드 테스트도 해야 한다. 아무리 서둘러도 2년은 걸린다. 이 때문에 현 단계에서 지상파DMB 논의를 미적거린다면 방송사들은 큰 피해가 없겠지만 이를 위해 준비해온 중소 콘텐츠·기기·하드웨어 업체들은 그야말로 사지에 몰리게 된다.
◇김경선=지금 중소기업 가운데 이 분야를 주력 아이템으로 삼는 곳이 대략 200여개다. 2∼4년 동안 올인하다시피 했다. 지난번 공청회 때도 중소사업자들은 현재의 소비적 논쟁이 원만하게 마무리되지 않는다면 “모두 망한다”고 하소연했다. DVB-H에 지상파DMB가 발목이 잡혀 좌초한다는 것은 참여 중소기업들에게는 목숨이 걸린 문제다.
◇정초영=방송법을 기초로한 방송 철학에서 볼때 DMB는 당연히 보편적(무료) 서비스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다음에 소비자 요구에 따라 유료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 방송사 PD들도 지상파DMB 출현에 자극을 받아야 한다. 라디오는 외주가 없다. DMB가 된다면 70∼80% 이상으로 외주 제작을 늘려야 한다. 타깃 오디언스도 프라임타임도 달라진다. 이런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필요한 정보, 콘텐츠를 찾아내야 한다. 이런 것을 중소·벤처기업이 역할 분담한다면 내용적으로도 국민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본다. 산업적 생산 유발 효과도 그 만큼 커진다.
◇김경선=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도 DMB논쟁이 조기에 마무리 돼야 한다. 중소·벤처 기업들이 앞으로 사업 진로를 위성DMB로 바꿀 수도 있지만, 이미 체력 소진이 너무 많이 된 상태다.
◇현대원=DMB는 결과적으로 탈 매스미디어, 즉 퍼스널미디어의 성격으로 진화돼 나갈 것이 분명하다.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권력의 분산, 소비자 주권 확대 등이 고려돼야 한다. 지금과 같은 밀어붙이기식으로는 진정한 뉴미디어의 탄생 측면에서 볼때 사업자든, 소비자든 모두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정리=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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