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현장을 가다]대법원

 사실 공공기관이 IT업무를 아웃소싱해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공기관들은 IT아웃소싱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시시때때로 필요에 따라 정보화사업을 추진하고 매번 사업자도 별도로 선정하는 탓에 업무 전반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할 정보화사업에서 서로 손발이 맞지 않기 십상이다.

대법원이 공공기관 IT아웃소싱의 성공사례로 손꼽히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문제점을 뛰어넘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부동산등기 및 재판사무시스템은 LG CNS에, 호적 및 인사시스템은 삼성SDS에, 종합법률정보는 휴먼컴에 맡기고 있다. 투입되는 IT아웃소싱 인력은 부동산등기시스템 180여명, 재판사무시스템 20여명, 호적시스템 38명(이상 상주), 인사시스템 30명, 종합법률정보시스템 5명(이상 비상주) 등 270여명에 달한다.

대법원이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할 때는 매번 공개 경쟁 입찰을 거치지만 개발 노하우가 많은 기존 사업자들이 가산점을 얻는 탓인지 부동산등기시스템의 경우 거의 10여년간 사업자 변동이 없었다. 단발적으로 사업을 맡기는 차원을 넘어 각 사업자들에게 마스터플랜 수립·시스템 개발·장비유지보수 등을 일괄 의뢰하고 장기적인 파트너쉽을 유지한다는 얘기다.

장점은 가지가지다. 부동산 등기부등본 발급시간이 12시간에서 1분 정도로 대폭 단축되고 무인발급기와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열람 및 발급이 가능해진 것은 발주자와 업체간의 효과적인 업무분담과 오랜 운영 노하우 덕분이라는 것. 또 새로운 정보화사업을 추진할 때 항상 내부적인 검토와 사업자의 검토를 병행 추진해 이를 비교분석함으로써 의사결정의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물론 대법원은 이같은 방식이 사업자의 긴장감을 느슨하게 하고 지나치게 한 업체에 의존하게 될 수 있음을 잘 안다. 이 때문에 호적·인사·종합법률정보 시스템을 다른 업체에게 맡기고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할 때는 꼭 공개경쟁을 추진하는 식으로 적당한 긴장감을 주려고 애쓰고 있다.



<인터뷰> 최재혁 대법원 정보화담당관

“대법원이 IT아웃소싱을 통해 얻은 효과는 기대 이상입니다.”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에서 정보화담당관을 맡고 있는 최재혁 부장판사(38)는 “법원행정처 정보화담당관실과 법정국 등 정보화 관련 부서가 시스템 고도화 방향 및 장기적인 정보화 전략 모색 등에 집중할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큰 효과”라고 말한다.

물론 눈에 보이는 효과도 크다. 최 판사는 “대법원 자체 정보화인력이 40여명에 불과한 실정에서 외부 전문가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서비스 개시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IMF 시기에 기업의 폐업·부도·인수·합병 등이 속출하면서 관련 업무 및 재판사건이 폭증했을 때 이를 소화해낼 수 있었던 것도 아웃소싱을 통한 정보시스템의 효율적인 운영 덕이 컸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법부는 행정부에 비해 정보화에서 뒤쳐진 감이 있지만 IT아웃소싱을 효과적으로 도입한 덕분에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다”며 “그러나 IT아웃소싱 성공은 발주자의 프로젝트 관리능력에 전적으로 달려있으므로 전문지식과 기획력을 갖추려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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