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강국을 건설하자](10)인도

아시아 최초의 인공위성 발사, 20년 전에 자체 항공기 제작, 첨단 컴퓨터 산업의 소프트웨어와 부품 생산 강국. 미국 의사의 30%, 실리콘밸리 사장의 30%,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 점유율 20%.

이는 인도의 IT 및 과학기술을 수식할 때 하는 말이다. 게다가 인도는 이미 노벨상 수상자를 6명이나 배출했을 정도로 기초과학기술의 강국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제록스 등 다국적 기업에 인도인들이 맹활약하고 있다는 것은 새로운 일도 아니다.

인도가 IT, 소프트웨어분야의 강국이라고는 하지만 나노 분야로 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인도의 나노기술연구는 1992년부터 진행 됐지만 아직은 이론적 학문적 초기단계로서 대학의 연구 참여는 물론 연구 종사 과학자들도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나노기술과 관련된 최소한의 연구결과와 간행물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제 막 시작된 세계 나노 전시회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인도 기업과 대학 등은 아직 한 곳도 세상에 드러내 보인 적이 없다.

그럼에도 인도는 세계 10대 나노 강국의 반열에 들어간다. 이는 IT, 반도체 등 이미 나노 수준에 진입한 분야에서 인도가 특허 출원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아직 본격적으로 드러낸 적은 없으나 차분히 그러나 강력하게 나노 강국을 향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 정부의 한발 늦었지만 강한 투자욕=인도 정부의 나노분야에 대한 투자 의지는 여러분야에서 읽힌다. 인도의 과학기술부(DST, Department of Science and Technology)는 지난 2001년에 들어서야 나노기술의 중요성을 인식, 이해 10월부터 나노기술 정책을 입안하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해 10월까지 2년에 걸쳐 ‘미션리치 프로그램(Mission Reach Program)’이라는 계획으로 나노기술 발전 인프라(Infra-Structure Development for Nano)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DST는 산하 △네루대 첨단과학연구센터 △인도 과학대학원대학 △타타기초연구소 등 3개 연구소에 R&D 투자를 집중하고 있으며 이 중 인도 나노기술개발위원회 라오(Rao) 박사(네루대 첨단과학연구센터 교수)는 나노기술 정책을 입안하기도 했다.

특히 네루대 첨단과학연구센터는 라오 교수와 20명의 숙련된 과학자들이 바이오와 화학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또 인도과학대학원대학은 라이쟈(A.K. Raycah) 교수 지휘 아래 기계공학 분야 나노개발 연구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 대학에서 인도 최초의 탄소나노튜브가 개발되기도 했다. 인도의 3대 나노대학의 하나인 타타기초연구소는 합성 및 어셈블리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화학 및 생명공학 분야에 집중 =인도는 미국의 나노기술 발전계획 모델을 채택하고 DST, 대학, 산업체 삼각의 연구개발(R&D)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DST와 대학 간 교류는 활발한 반면 산업체는 정부 정책을 관망하면서 적극적인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DST는 일본, 한국, 대만 등이 나노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상당히 앞서 있다고 평가하고 인도의 강점 분야인 화학 및 생명공학(Chemical & Bio)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특화된 나노기술 개발을 위해 2001년 10월부터 2003년 10월까지 DST에 530만달러, 대학조성금위원회(UGC : University Grants Commission)에 15만달러를 배정했고 수상실 및 국방연구개발기구(DRDO: Defence Research and Development Organization)에도 액수 미상의 예산을 배정했다.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기술분야 연구기관인 DRDO는 DST의 민간분야 나노정책과는 별도로 자체 정부 예산을 승인받아 R&D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그러나 연구 활동에 대해서는 아직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다.

<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

*R&D 현황-산·학·연 활발한 참여 이어져

△DRDO=국방연구개발기구는 인도 과학기술부(DST)와 별도로 자체 예산을 배정받고 자체 연구소를 가지고 별도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방산 및 항공우주기술과 관련해 로보틱스와 전자 분야 나노연구를 진행 중이며 50명 이상 최고 수준의 과학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UGC=대학조성금위원회는 대학교수 들에 대해 나노기술 연구지원금을 지급하는 업무를 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15만 달러를 배정받았다. 대학으로부터 1000여 개의 나노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접수했으며 접수된 예산 총액은 약 320만 달러로 재정부에 매년 예산 배정 확대를 신청하고 있다.

△산업 분야=산업분야에서는 위프로(WIPRO), 타타(TATA), 리라이언스(RELIANCE), 인포시스(INFOSYS), 사턈(SATYAM), 램브락시(RAMBAXY)사 등이 나노기술 관련 자금 지원 및 연구개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성공한 아이템으로는 탄소나노튜브만 알려져 있으나 나노 반도체 지적재산권 등 소프트웨어에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기타 연구기관=기타 연구기관으로는 DNA칩 전문가 마트라 교수가 이끄는 델리대(University of Delhi), 라스토기 교수 지도로 나노 리소그라피 연구를 진행하는 국립물리연구소(National Physical Laboratory), 나노 셀에 대해 연구하는 바바원자연구센터(Baba Atomic Research Center), 나노 자성 및 전자를 연구하는 인도공과대학(IIT : 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 나노 합성을 연구하는 펀잡대(Punjab University) 등이 있다.

*기술동향-브루키 연구소 설립 나노 연구 `신호탄`

과학기초기술의 강국 인도정부의 나노기술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가.

인도는 세계 각국에 인재가 뻗어 있고 과학기술 강국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과연 어떻게 추진하고 있는가는 잘 알려지지 않아 왔다. 이는 최근까지도 마찬가지였다. 인도 정부가 개설한 홈페이지를 통해서 어렴풋이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인도의 브루키(Brooke)기술연구소(IIT)가 오랜 침묵을 깨고 지난 2월 나노기술연구소 건립을 공식 발표 주목을 끌었다. 또 인도의 국립공학아카데미는 지난달 22일과 23일 나노기술에 대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지난 2002년 정부의 공식 발표 이후 한동안 찾을 수 없었던 인도의 나노기술 현황이 연구소 설립과 콘퍼런스 개최로 인해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브루키기술연구소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인도가 그동안 나노기술과 나노과학에 국내외에 많은 요구가 있었음에도 ‘나노 연구의 공동묘지’라는 평을 받아가며 나노기술에 둔감했던 인도의 대학들이 본격적인 기지개를 펴는 것이 아니냐라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

인도의 유명한 부루키대학이 기술연구소 설립을 발표함에 따라 소프트웨어 및 IT에 연구분야가 한정돼 있는 인도의 각 대학과 연구소가 올해에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나노기술 연구에 집중하려 한다는 것을 잘 보여줬다. 또 이 연구소는 해외 협력 계획도 밝혀 환영을 받았다.

브루키연구소의 프램 박사는 “이 연구소는 나노 분야에서 미국, 일본, 독일, 스위스 등지에서 연구하고 있는 우수한 인재들을 (인도) 국내로 유치하기 위해 발벗고 나설 것”이라며 “이를 위해 이미 스위스 정부, 연구기관 등과 협약을 체결했고 노르웨이 정부와는 현재 협의 중이다.”라고 계획을 밝혔다. 이 연구소는 나노 연구 중에서도 하이드로 에너지 분야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또 나노공학 국제 콘퍼런스에서 인도 정부는 미국, 일본, 영국, 스위스 등 세계 40여 개국의 나노 전문가를 초청해 나노기술에 대한 각 국의 정보를 얻었다.

이 콘퍼런스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인도의 나노 기술의 수준은 아직 유아기라 볼 수 있으며 이 국제회의가 나노기술 연구의 촉매 역할을 담당하기를 바란다.”라며 “그러나 인도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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