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카드통합 딜레마

‘카드 전산통합 D-???’

 KB카드(옛 국민카드)의 종로구 내수동 사옥 5층에는 조금 이상한 ‘D데이 현판’이 걸려 있다. 프로젝트 완료를 표시하는 ‘D- 숫자’를 매직으로 지운 현판이 걸려 있다.

 국민카드사를 통합한 국민은행은 자체적으로 운영해온 BC카드와 국민카드의 전산통합 작업을 지난 17일 끝내기로 했다. 하지만 카드 정보통합에 대한 일부 고객의 저항에 부닥쳐 완료시점을 연기했다. 예정대로라면 지난 17일 전산작업 통합 완료와 동시에 D데이 현판이 내려졌어야 하지만 석달여 뒤로 미뤄졌기 때문에 이상한 모양으로 그대로 걸려 있게 된 것이다.

 이번 사례는 비단 국민은행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향후 있을 수 있는 타금융기관의 카드사 인수·통합 작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커 통합 금융시대를 맞아 기업 간 물리적 통합과 함께 고객 통합에 대한 면밀한 준비와 대응의 필요성을 던져주고 있다.

 ◇왜 연기됐나=지난해 9월 국민카드를 합병한 국민은행은 리스크 관리와 비용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KB카드와 KB BC카드를 통합키로 했다. 지난해 12월 전산 및 고객정보 통합작업을 시작해 지난 17일 완료할 계획이었다. 통합 후 고객은 약 1370만 명에 달하며 결제계좌·결제일·청구지·신용한도 등 고객 결제정보의 통합도 추진됐다.

 하지만 KB카드와 KB비씨카드를 동시에 사용하는 고객들(약 50여만 명)이 결제정보 통합에 난색을 보이면서 결국 통합연기로 이어졌다. 당초 경품행사까지 실시하며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던 국민은행 입장에서는 뜻밖의 암초를 만난 셈이다.

 이들 고객 가운데는 하나의 카드를 비밀리에(?) 관리해 온 사용자들이 있는가 하면 여러 장의 카드로 이른바 ‘돌려막기’를 해오다 통합으로 인해 자금회전에 어려움을 겪게 된 사용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산통합 현황과 일정=카드부문 IT통합을 맡고 있는 국민은행 카드IT팀은 지난 12월부터 약 6개월 동안 전산통합작업을 진행했다. 카드통합은 전업카드사로 지난 2002년 차세대 시스템을 가동한 KB카드의 전산시스템을 토대로 KB BC카드를 흡수하는 방식이 적용됐다.

 이미 전산 통합은 지난 17일 당초 목표대로 사실상 완료된 상황이다. 통합시스템은 승인계(탠덤 기반), 처리계(IBM 메인프레임), 분석계(HP유닉스) 등으로 메인프레임과 유닉스 환경이 혼합돼 구현됐다.

 당초 이달초 최종 영업점 테스트를 예정했던 국민은행 측은 9월 통합과 관련, 다음달부터 정보통합 미적용 고객의 결제정보를 동시에 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 설계변경과 개발에 착수, 8월께 영업점 테스트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은행의 대책=일단 국민은행 측은 오는 9월을 통합작업의 완료시점으로 재설정했다. 회원별 통합원칙을 유지하되 회원이 원하는 경우에 한해 통합 프로세스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다만 통합회원에는 기본 연회비 면제, 부가서비스 확대 등 혜택을 부여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은 일부 전산시스템의 수정작업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통합고객에 대한 다양한 서비스와 혜택을 제공하고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 미통합 고객들이 통합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결제계좌·결제일·청구지 등의 결제정보는 그대로 유지할 수 있지만 신용한도 부문은 통합차원에서 단계적인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이는 곧 개인별 한도 축소와 새로운 카드 신용불량자 출현을 낳을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카드통합의 딜레마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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