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보화 전략을 둘러싼 화두는 단연 EA(Enterprise Architecture)다. EA는 주요 언론에 소개되는 국내 대기업 CIO의 IT전략에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으며 전자정부 과제에도 ITA라는 용어로 도입돼 31대 과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기업을 실시간 기업(RTE:Real Time Enterprise)으로 변모시키는 데 있어서도 방향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미국 연방정부의 정보화전략을 총괄하는 예산정책처(OMB:Office of Management and Budget)의 EA정의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OMB는 EA를 조직의 전략적 목표와 정보기술자원 관리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직의 업무, 정보, 시스템, 정보기술 등을 효율적으로 통합 관리하는 체계로 정의한다. 기존의 정보화전략계획(ISP)과는 뚜렷이 차별화되는 것이다.
물론 EA비판론자들은 EA가 SI시장 침체에 따라 업체들이 불황극복을 위해 제기한 일종의 실체없는 유행으로 보기도 한다. 특히 사업자들에서부터 우후죽순격으로 등장한 수많은 교육과정에서조차 EA에 대해 각기 다른 개념과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어 EA도입을 희망하는 잠재고객들에게 혼돈을 주고 있는 현실은 이러한 주장에 설득력을 싣고 있음도 사실이다. 그러나 EA가 다음 세가지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데는 전문가들 대부분이 동의한다.
첫째는 비즈니스와 IT의 연관성 확보를 중시한다는 점이다. EA는 비즈니스와 IT내의 구성요소를 식별하고 이들 간의 관계를 부여함으로써 비즈니스 환경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IT지원체계를 수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비즈니스참조모델(BRM)에 의한 표준업무프로세스 정의가 EA에 포함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둘째는 수직적이며 목표지향적으로 진행돼온 정보화를 통합·연계 차원에서 고려함으로써 중복투자를 방지하고 정보공동활용이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다.
셋째는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닌 프로그램적 성격, 진행적 성격을 가짐으로써 기업의 문화로 자리매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미국 연방정부의 사례를 보면 EA 도입을 위해 기관내에 EA 조직이 초기부터 결성돼 개발과정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EA를 집행할 수 있는 정책 수립 및 전문 아키텍트 양성에 나서 하나의 변화관리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EA가 이처럼 다양한 장점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사업자나 이론 전파자들이 EA는 반드시 전사적으로 전업무에 일시에 적용되어야 한다는 경직된 접근법을 제시, 고객들을 얼어붙게 만들고 있어 문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효과가 전혀 없으리라는 암시를 줌으로써 고객들의 접근 자체를 차단하는 측면마저 있다.
EA 구현방식에는 해당 조직 나름의 차별적인 접근이 가능하다고 본다. 가능하다면 전 범위에 대해 진행하는 것이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고 고객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핵심 부서 또는 핵심 업무에 대해 우선적으로 적용하고, 단기 과제의 성공을 바탕으로 EA를 점차 확대해 나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특히 EA의 점진적 적용으로 과연 도입 효과가 있겠느냐는 우려는 접어도 된다. EA도입의 목적에 맞도록 EA 우선 적용 대상을 선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EA 유지관리를 위해 사업자와 고객이 공동으로 노력한다면 부분 적용이든 전체 적용이든 성공은 담보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런 점진적인 접근을 통해 EA를 도입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EA를 일부 조직에 국한해 점진적으로 적용하더라도 기존의 ISP방식과는 반드시 구별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일부에서는 기존 ISP 방법론에 모델링 기법만을 일부 손질한 채로 EA컨설팅에 나서고 있는데 우려할 만하다. 고객들은 EA 추진시 기존 ISP와는 어떻게 달라야 하며 무엇이 진정 우리 조직에 도움이 되는가를 면밀히 따지는 실용적 접근을 중시하기를 권한다.
<유효석 삼성sds 상무 nyoo@sam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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