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강국을 건설하자](7)중국편

중국 칭화대(淸化大學) 재료과학부의 웨이빙칭(魏秉慶) 교수. 그는 지난 2000년 칭화대 조교수를 과감하게 사임하고 미국 렌셀래어 공과대학 재료과학기술부의 객원연구원으로 옮겼다. 이는 중국 정부에서 추진하는 세계 정상급 과학자를 서구의 유명한 연구소에 보낸다는 계획에 따른 것.

 그러나 웨이 교수는 곧 중국으로 돌아와 나파인(Nafine) 화학산업그룹이 탄소나노튜브 양산법을 개발·제조하는 것을 직접 지도했다. 웨이 교수와 같이 서구에서 첨단 나노기술을 공부하고 돌아오는 세계 정상급 박사들은 ‘하이구이보(海龜波)’라 불리며 중국 나노 기술의 세계화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웨이 교수는 중국의 나노 최강국을 향한 의지를 상징하는 것이다. 나노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및 산업기술에서 중국의 급성장을 견제하고 있는 미국이 비공식적으로 중국에 “나노 기술 관련 유학생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나노기술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기 싸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나노 최강국을 향한 중국의 노력은 일본에서도 평가받고 있다. 국제적인 고체물질 관련 학술지의 논문심사를 담당하고 있는 일본 동경대 명예교수 카미무라 박사는 중국의 나노 기술에 대해 “5년 전부터 중국은 논문을 투고해 왔다. 초기에는 수용할 수 없는 내용이 많았지만 지금은 세계에서 통용될 수 있는 논문이 늘고 있으며, 수용되는 비율이 대단히 높아졌다.”라고 말한 바 있다. 과연 중국은 어떤 과정을 통해 나노 최강국을 향한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산학연관 총력지원 태세=중국 정부가 나노기술 개발정책을 본격화한 것은 지난 2001년 ‘제 10차 5개년 경제발전계획’을 세우면서부터다. 이 계획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005년까지 20억 위안(약 2억 5000만 달러)의 연구개발(R&D) 비용을 나노 기술에 투자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나노전자·기계·바이오 및 측정분야야 14억 위안, 연구시설 건설 및 정보네트워크 구축에 7억 위안, 기초연구분야에 5억 위안, 연구환경조성 3억 위안을 순차적으로 투자할 예정이다.

 중국은 지난 2000년 과학기술부, 교육부, 중국과학원(CAS), 국가발전계획위원회, 국가자연과학기금위원회(NSFC)의 5개 기관이 공동으로 ‘국가나노과기협조 지도위원회’를 탄생시켜 기술개발 창구를 일원화했다. 이 위원회는 과학원에 소속 된 연구소나, 대학, 민간기업 등에 연구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이 위원회에 참가하고 있는 대학은 50개 이상, 민간기업은 약 800사에 이른다. 또 과학원에 소속 된 20개 연구소가 연구 개발에 참여하는 등 명실상부한 중국 나노기술 개발의 허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나노기술협력네트워크로는 중국과학원(CAS)의 나노 과기 네트워크(www.casnano.ac.cn)가 있다. 중국과학원과 중국 국내 나노기술연구자와의 기술교류 및 공동연구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 졌으며 나노기술 연구팀, 관리부문 및 첨단기술기업에 나노기술 자문과 정보서비스 제공, 연구기관과 기업의 연계 강화 및 나노기술 연구성과의 산업화 촉진을 지원하고 있다.

 나노기술 산업 단지조성도 추진 중이다. 중국의 나노과학기술 파크인 ‘서안나노과기산업원’은 주요나노부품제조 및 기술관련 나노기업을 위한 생산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며 기존 나노기업을 유치해 나노기술 중심의 산업커뮤니티를 조성하려고 한다.

 ◇최강의 재료기술에 기반한 중국의 나노연구=중국은 현재 나노 과학연구 분야에서 논문 수로는 세계 3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나노 재료 제조설비와 합성 방법 분야에서 세계 1위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의 나노 연구는 풍부한 원재료를 바탕으로 한 나노 재료가 중심에 있다. 탄소나노튜브나 플러렌으로 대표되는 나노 카본 재료 제조 기술이 나노 기술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 이와 함께 원자 수준의 재료 분석·평가 와 나노 일렉트로닉스, NEMS(나노일렉트로닉스 메커니컬 시스템), 나노 생명과학(나노 바이오) 등도 차세대 기술개발 과제로 선정하는 등 기술 시너지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중국은 ‘나노 표준화’ 작업과 관련해서도 미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10년에 가서 세계적으로 나노시장이 15억 달러의 규모로 형성될 것이라고 예측되는데다 중국이 ‘나노표준’ 제정에 참가하지 못하면 중국 나노산업의 발전은 피동적인 국면에 빠지게 된다고 강조하고 있기 때문.

 이를 위해 중국과학원 나노과학기술센터는 나노표준 제정 사업에 착수했다.

 중국의 나노 표준은 우선 나노 분체재료에 관한 것으로 나노 분체 재료를 검증할 때 사용하는 측량의기, 측량방법을 상세하고도 통일적으로 제정하고 있다. 중국은 이를 토대로 앞으로 전체 나노 과학연구와 산업계에서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일련의 표준을 제정할 계획이다.

 ◇세계를 뒤흔들 기술 잠재력=중국의 나노 기술은 미국이나 일본, 한국, 대만처럼 아직 세계무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하지 않았다. 지난 3월 일본 동경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나노전시회 ‘나노텍 2004’에도 중국은 단 한 업체도, 단체도 참가하지 않았다. 이 전시회에 참여한 나라는 20여 개 국에 이른다.

 그러나 지난달 상하이에서는 개최된 ‘2004년 나노 과학기술 및 산업 발전 세미나’에서 바이춘리(白春禮) 중국과학원 부원장의 언급은 중국이 본격적으로 나노 무대에 등장하지 않았음에도 중국을 주목하는가를 증명한다.

 “나노 과학 및 기술은 이미 점차 성숙하고 있는바 중국 과학자들도 현재 이미 나노 과학 및 기술 연구 분야에서 세계 나노 과학기술 발전의 주류(主流) 수준을 따라잡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조용히 그러나 국가의 과학기술 역량을 총동원하며 세계의 나노 시장을 뒤흔들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주요 나노 사업 기관

◇국가나노과학센터 (National Center for Nanoscience and Nanotechnology of China, NCNNC)=지난해 3월 중국과학원 나노과학기술센터·베이징대학, 그리고 칭화대학이 연합, 베이징의 중관춘에 국가나노과학센터(National Center for Nanoscience and Nanotechnology of China, NCNNC)를 설립했다.

1단계로 2억 5천만 위안(약 3000만 달러)이 투자된다. 이 센터의 4가지 전략연구분야는 △나노구조 측정 및 특성화, △나노소재 개발 응용, △나노소자, △나노바이오기술과 나노의학 분야다. 또 산업계, 연구계, 학계, 정부의 연계, 신진연구자 육성, 웹사이트를 활용한 나노정보제공 그리고 국제협력업무 지원 등을 수행한다.

◇상하이 나노기술산업발전추진센터(Shanghai Nanotechnology Promotion Center, SNPC)=중국 상하이의 나노기술산업발전추진센터는 상하이지역의 나노기술산업화를 촉진시키기 위하여 2001년 7월 설립됐다. 상하이의 7개 대학과 연구소, 9개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프로젝트 관리, 산학연계, 상하이지역 나노기술정보 교류촉진, 국내 및 국제협력 체제 구축 등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나노기술 산업단지=중국은 나노기술 산업단지 조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공식을 가진 중국의 나노과학기술파크인 ‘서안나노과기산업원(西安 納米科技産業園)’도 내년 완공될 예정이다.

12억 위안이 투자되는 이 센터는 나노부품제조에 관련된 나노기업의 생산기반을 구축하는 데 기여하며, 기존 나노기업을 유치하여 나노기술 중심의 산업커뮤니티를 조성할 계획이다. 단지조성이 완료되면 10개 이상의 첨단기업이 입주할 전망이다.

 <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자료협조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나노정보분석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