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웃음꽃`-대기업 `담담`
공공 정보화의 사업 규모에 따라 대형 SI 기업의 프로젝트 참여를 제한하는 ‘공공 SI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가 성공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2일 공포 시행된 개정 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 시행령은 중소 SW 사업자들이 공공 SI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힌다는 취지로 프로젝트 발주 금액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이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매출액 8000억원 이상 대기업은 10억원 미만, 2000억∼8000억원 미만 기업은 7억원 미만, 2000억원 미만 기업은 5억원 미만 등의 사업에는 참여할 수 없도록 하한 금액을 고시했다.
그러나 시행령의 이 같은 조항은 강제규정이 아닌 데다 대형 SI 업체들이 소규모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예외조항이 있어 현실성이 의문시됐다.
제도 시행 2개월여가 지난 현재까지 정부와 공공기관들이 이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 공공 SI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가 정착되고 있는 분위기다.
SI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정부 및 공공기관들이 입찰을 할때 소규모의 프로젝트일 경우 대형 SI 업체를 배제하는 것이 관행처럼 여겨지고 있다”며 “이 제도 시행으로 대형 SI 업체들이 독식했던 공공 부문의 SI 프로젝트에 중소 SW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크게 확대됐다”고 밝혔다.
최근 한국전산원 주관 하에 28개 공공기관이 발주한 2004년도 지식정보자원 관리사업 과제 선정결과 10억원 미만 소규모 과제는 개정안대로 예외 없이 대기업 참여가 배제됐다. 한국역사정보통합시스템 구축사업(72억5000만원), 국가문화유산종합정보시스템 구축사업(30억원), 건설교통기술지식정보DB 구축사업(18억원) 등 10억원 이상 대규모 사업은 예전과 다름없이 SK C&C, 현대정보기술 등 대기업 SI 업체들이 수주했으나 10억원 이하 사업은 중소 SW 사업자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특히 매출규모 2000억∼8000억원대 기업이면 참여가능한 국방학술정보시스템 구축사업(7억7000만원)과 산림정보탐사용 항공사진DB 구축사업(9억5000만원)도 각각 이씨오와 VRS 등과 같은 SW 전문 기업이 맡게 됐다. 2000억원 미만 기업이면 참여할 수 있는 독립운동관련기록물 대국민서비스체계 구축사업(6억2800만원)도 케이아이씨코리아에 돌아갔다. 중소기업의 시장참여기회를 확대한다는 제도 시행의 취지가 효과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중소기업청도 1억5000여만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SW유지·지원용역사업을 발주하며 대기업 참여 배제를 명시했으며 한국관광공사도 5억9600만원을 들여 발주한 고객관계관리 2단계 구축사업에서 하한금액에 해당하지 않는 업체를 대상으로 입찰을 실시했다. 한국토지공사도 4억172만원을 들인 신 행정수도 홈페이지 구축사업을 추진하며 매출액 2000억원 이상의 대기업 참여를 배제했다.
더욱이 이 제도의 시행으로 사업 기회 축소 및 매출 감소 피해가 클 것을 우려했던 대형 SI업체들도 예상보다 피해가 크지 않은 실정이어서 제도 안착에 대한 낙관론에 힘을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윤석원 SK C&C 공공사업단 상무는 “이미 지난 해 2004년 사업 계획을 수립할 때 시행령 개정안에 대비해 10억 미만 공공 사업 비중을 크게 낮춤으로써 사업 기회 축소에 대한 위험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소 SI 업계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업계에 현재까지는 SI 시장이 그런 대로 활기를 띠고 있어 문제가 생기지 않지만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 각종 편법이 난무할 수도 있다는 것. 이에 따라 대기업의 우회 참여를 막는 동시에 규정을 어길 경우에 따른 제재 조항의 신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보형 동양시스템즈 공공서비스 영업본부장은 “개정안에서 규정하는 대기업의 입찰 참여 제한은 지금까지는 잘 지켜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사업 기회 축소를 우려한 대기업들이 협력업체를 주 사업자로 내세우는 편법을 동원할 경우, 또 발주기관이 하드웨어 장비 입찰과 SW 용역 입찰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사업 규모를 확대할 경우에는 사실상 개정안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성화 KCC정보통신 사업지원 이사는 “개정안이 현재까지는 큰 탈없이 적용되고 있지만 적어도 6개월 가량은 지켜봐야 개정안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발주기관들이 사업 공고를 낼 때 사업 경험이 적은 중견·중소 SI 업체를 배제할 경우에 따른 제재 조항 등 몇몇 세부 조항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