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유지보수비 대폭 인상"

국산 ERP업체가 생존권 사수를 위한 마지막 카드를 던졌다.

 자체 개발한 ERP 솔루션을 바탕으로 국내 중소기업 정보화를 일궈온 토종 ERP업체들은 말 그대로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의 중소기업 정보화사업을 통해 업체마다 상당수의 구축 사이트를 확보해 놓고도 유지보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더욱이 올들어 한국오라클, SAP코리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등 다국적 SW 기업들이 거대 자본과 마케팅력을 동원해 토종 업체들의 텃밭인 SMB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국산 ERP업체들이 고사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업체들을 뭉치게 했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산하 한국ERP협의회(회장 김용필)는 7일 임시총회를 개최하고 공동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본지 8일자, 10면 기사 참조>

 협의회 소속 ERP업체들은 SW유지보수료를 대폭 인상해 수익성 확보의 기반을 마련하고 난립한 업체들의 옥석가리기 작업까지 벌이는 등 강도 높은 대응책을 공동으로 추진키로 했다. 개별 업체 차원의 경쟁력 강화 노력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점을 실감한 업체들이 힘을 모아 타개책을 찾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추이와 파장에 관심이 모아진다.

 ◇유지보수료를 정상화하자=국내 대표 ERP업체들은 ERP협의회를 중심으로 현행 10% 이하인 SW 유지보수료를 최소 15% 이상으로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수익성 확보의 기초를 다진다는 생각으로 특히 한 두 업체의 주도가 아닌 ERP업체 전체가 동시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ERP업체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영업하는 다국적 업체의 경우 유지보수료를 20% 이상, 그것도 선불로 받는데 반해 국내 ERP업체들은 유지보수 계약율 자체가 70% 수준이며 계약 요율도 다국적 기업의 절반 수준”이라며 “현 상황에서 국산 ERP업체의 수익성 확보 방안은 유지보수율을 정상적인 수준으로 올리는 것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비디에스인포컴 김영수 사장은 “아직 구체적인 요율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의 회원사들이 15%를 마지노선으로 내놓고 있다”며 “이같은 방침을 어긴 회원사는 ERP협의회 차원에서 불이익을 주는 등 강력한 실행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격 미달 업체는 참여를 제한하자=크고 작은 300여 ERP업체들이 난립해 3000억원 규모의 ERP 시장을 나눠 갖고 있는 것도 국내 ER 업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산자부가 주관하는 중기IT화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ERP업체는 총 200개. 이 가운데 20명 미만의 직원을 보유한 업체가 124개며 그 중 10명 미만의 업체도 45개에 달한다.

 한국비즈넷 김용필 사장은 “이들 업체가 개발한 시스템이 프로세스에 적합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학연과 지연을 동원해 정부자금을 받기 위한 작업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 업체의 참여 자격을 제한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한 국산 ERP업체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ERP협의회는 ‘전체 직원이 15명 이상이고 자체 솔루션을 가진 업체’로 정부의 중기 정보화 사업 참여 자격을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 산자부와 중진공에 건의한 상태다.

 ◇SMB 텃밭을 지켜라=국내 ERP업체들의 텃밭인 SMB 시장을 공략해오는 다국적 기업에도 공동으로 대응키로 했다. 국내 ERP업체들은 우선 가격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외산 ERP가 선택되는 이유를 파악하고 이에 따른 대응 전략을 마련키로 했다. 협의회 차원에서 1000만원의 용역비를 들여 SMB기업들의 ERP시스템 도입현황을 파악하고 업체들에게 국산 ERP의 우수성을 알릴 방침이다. 토종 업체들이 연합해 주요 지역을 순회하며 예비고객사를 발굴하는 규모 있는 행사도 진행키로 했다.

 ◇남은 과제와 전망=토종 업체들의 절박한 행보에는 걸림돌도 적지 않다. 당장 유지보수료의 공동 인상은 개별 업체들의 영업정책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낮은 유지보수료를 통해 신규 계약고를 높여 가는 업체들의 이탈이 예상된다.

 중기정보화사업의 참여업체 자격 제한 역시 공정시장경쟁이라는 장벽이 가로막고 있다.

 박상기 중진공 정보화지원팀 부장은 “작은 규모의 업체라도 우수한 인력과 아이템으로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며 “직원 수를 기준으로 시장 참여를 막기보다 기존에 납품해서 성공한 실적 등을 토대로 업체별 능력을 평가하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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