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강국을 건설하자]2.세계는 나노기술 전쟁중-(1)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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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나노기술(NT) 개발경쟁은 연구개발비의 증가와 연구 활동 활성화를 통한 논문 및 특허 건수, 법적 제도 마련 등 구체적인 수치와 지원 제도 정비 등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을 필두로 일본·EU·중국·한국 등이 범정부 차원에서 관련 예산을 증가하며 나노기술 강국 만들기에 나섰다. 이를 반영하듯 세계 주요 국가의 나노기술투자액이 1997년 이후 2002년까지 5배로 증액됐다. 세계 나노기술 경쟁의 불을 붙인 미국의 나노기술개발전략(NNI·National Nanotechnology Initiative)으로 대표되는 정책을 시작으로 일본·영국·독일·중국 등 전세계 10개국의 나노기술 육성 정책과 연구 현황에 대해 알아본다.<편집자주>

 “기술이 산업과 사회를 움직이는 핵심이라면 나노기술(NT)은 기술진전의 향방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신(神)이다.”

최근 미국 보스턴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나노학회 및 전시회인 ‘나노텍2004’에 모인 연구자들은 나노기술의 중요성에 이렇게 입을 모았다. 일종의 나노기술에 대한 강한 신념과 함께 두려움이 섞인 표현이었다.

미국은 일찍부터 에너지 고갈과 국방력 증가를 위해 나노기술에 높은 관심을 가져왔다. 부처별로 독립적으로 추진되던 NT분야를 범정부차원으로 모으려는 시도가 1990년대 중반 이후 가시화됐다. 1996년 11월 미 정부는 각 부처의 기술 개발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나노 기술 연구개발 목표와 프로그램 현황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1998년 이 모임은 IWGN(Interagency Working Group on Nanotechnology)으로 재편성됐으며 전세계 정부의 눈을 집중시킨 국가나노기술개발전략(NNI)를 작성하는 기초를 제공했다.

◇적극적인 나노 정책의 등장=2000년 1월 클린턴 행정부는 NNI를 공식 발표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나노기술을 바이오기술(BT), 정보기술(IT)과 함께 차세대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 기술로 선언하는 NNI로 세계 나노 연구계를 흥분시켰다. 클린턴은 2001회계 연도의 나노기술 예산을 80% 이상 증액해 총 4억 9700만 달러를 책정, 이 중 4억 2200만 달러를 배정했다.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엄청난 규모의 예산을 나노기술에 부과한 것이다.

NNI의 가장 근본적인 목적은 나노기술의 전략적 개발을 통한 21세기 미국의 세계 시장 주도권 장악이다. NNI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NSTC)의 주관 하에 정부부처 간 공동연구사업으로 추진됐다. NNI의 착수로 그동안 여러 부처에서 독자적으로 추진하던 나노기술 관련 사업을 범 부처 차원에서 조정하고 감독할 수 있게 됐다.

NNI는 △기초연구 △장기핵심기술개발 △우수센터 및 네트워크 구축 △연구인프라 구축 △나노기술의 사회적 연계 강화 및 인력의 교육훈련 등 5개 지원분야로 구성됐다.

미국은 NNI를 시작한 후 지속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으며 2003년에는 약 7억 7400만 달러를 나노기술에 배정했다. 클린턴 정부에 이어 부시 행정부도 미 의회에 2004년 나노기술 분야 투자금액을 지난해 대비 20% 상승한 8억 4700만 달러를, 2005년에는 9억 8200만 달러를 요청하는 등 매년 투자금액을 증가하고 있다.

◇의회차원의 지원 장치 마련=미 행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추진과 함께 하원·상원 등 미 의회차원에서도 나노기술연구개발을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2003년 5월 미국 하원은 미국 나노기술개발 프로그램 내용과 운영방식을 규정하는 HR766(Nanotechnology Research and Development Act of 2003)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나노기술개발에 관한 정부부처 간 업무조정강화 △다학제연구 촉진 △나노기술의 사회적 영향 조사 △연구개발사업의 외부평가시스템 도입 △나노기술의 산업화 촉진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하원에 뒤질세라 상원 통상과학교통위원회(CCST)도 2003년 6월 향후 5년간 47억 달러 이상을 나노기술개발에 투자하는 ‘나노기술개발법’을 가결했다.

◇추진체계=미국은 정책과 연구개발이 분리돼 추진되고 있다. 나노기술정책은 백악관 내의 국가과학기술위원회(NSTC)와 과학기술정책국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NSTC 내의 기술위원회 산하에 설치된 나노기술분과위원회는 정부부처별 나노기술개발계획을 조정한다.

NNCO(National Nanotechnology Coordination Office)는 NNI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한 사무국으로 행정 기술적인 업무 외에도 나노기술분과위원회의 부처 예산 계획 작성과 연구프로그램 평가 보고서 준비를 지원한다.

나노기술연구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정부기관은 국립과학재단(NSF)·국방부(DOD)·에너지부(DOE)·국립보건원(NIH)·항공우주국(NASA) 등 10개다. 이중 과학재단과 국방부가 높은 비율의 연구개발 예산을 집행하며 에너지·보건·상무부·우주항공국 순으로 나노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주요 연구개발 분야=미국은 NNI에 따라 5개 지원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특히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기초연구와 장기핵심기술개발에 70% 가량의 예산을 배정한 것이 눈에 띈다.

기초연구는 나노스케일 현상의 원리를 규명하는 분야다. 정부는 혁신적인 기초 연구를 진행하는 개인 연구자나 소규모 연구그룹에 20만 달러에서 50만 달러를 지원하는 등 전체 나노 예산의 29%를 기초 연구에 지원하고 있다. 미국 나노 개발 계획의 45%를 차지하는 장기핵심기술개발은 과학적 연구성과를 혁신기술로 적용시키는 그랜드 챌린지(Grand Challenges) 분야다. 미국은 가장 많은 돈을 큰 도전이 필요한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등 장기 계획을 통해 나노 원천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나노 연구에 참여하기 힘든 연구자들에게 연구자원을 제공해 주는 나노 연구 센터 및 네트워크도 적극 추진되고 있다. 다양한 학제간 융합이 핵심인 나노 기술의 특성을 파악해 다학제간 연구는 물론 이들 간 네트워크 구축, 산업계 연관이 정책적으로 지원된다.

장치 산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연구 인프라 부분도 주요 추진 대상이다. 나노 측정과 도구, 모델링, 시뮬레이션 등 연구 인프라 구축이 상당 부분 진행됐다. 미국은 차세대 나노기술 연구진의 육성과 사회적 영향 연구에도 집중하고 있다. 나노 기술과 관련되는 법, 윤리, 사회 경제적 파급 효과를 고려한 연구가 지원된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자료협조: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나노정보분석실>

◆[인터뷰]클레이톤 탱유 미연방 NNCO 국장

 “작은 경이로움(Small Wonders), 끝없는 개척자(Endless Frontiers)가 바로 나노기술입니다. 저 밖 잔디에서 뛰어노는 어린아이들의 미래가 나노기술(NT)에 달려있습니다.”

클레이톤 탱유(Clayton Teague) 미연방 나노기술조종사무국(NNCO) 국장은 나노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정보기술(IT)로 시작해 생명공학(BT)와 NT로 이어지는 기술의 흐름 속에 NT가 인프라 기술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미래를 바꿀 핵심 기술로 NT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미 나노과학과 엔지니어링은 실시간 진단과 약물진단시스템(DDS) 등에 활용되면서 우리 생활 가까이 침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나노 기술이 제조 산업에도 혁명을 일으켜 효율적인 제조 공정 환경을 만들고 공해를 감소시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나노 기술이 날로 고갈돼 가는 에너지 확보의 새로운 방법론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클레이톤 국장은 나노 기술이 시장이 포화된 IT산업에 전기를 마련할 것이란 대목도 잊지 않았다. 그는 차세대 전자소자를 더 작고, 빠르고, 값싸게 구현할 수 있는 핵심 요소가 바로 나노기술이라고 강조했다.

“나노 기술은 이제 단순히 기술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는 코드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그는 기존의 전통적인 과학 영역을 탈피시키는 나노기술의 역할에 주목했다.

그는 나노 기술이 화학·물리·생명·소재 등 모든 분야의 융합을 이뤄내 새로운 과학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클레이톤 탱유 국장은 이런 차원에서 미 정부는 향후 4년간 나노기술 연구개발에 약 4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전세계 주도권을 가져갈 것이라며 야심 찬 계획을 밝혔다. 그는 NNCO를 중심으로 정부기관과 학계, 산업계, 전문가 집단, 외국기관, 기술 프로그램에 관한 정보 교류 등 연방 나노 기술 활동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 재미있고 흥미 넘치는 기술은 우리에게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약속하고 있습니다.”

그는 나노기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이렇게 표현하며 ‘진짜 기술의 혁명(The True Technology Revolution)’이 다가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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