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위협받는 `中企用 SW`

 국산SW의 설 자리가 차츰 좁아들 조짐을 보여 걱정이다. 최근에는 우리 텃밭이라 여겼던 중소·중견기업용 SW에 대한 다국적 기업들의 공세가 거세 국내 업체들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다국적 기업들은 올해 이 분야에서 전체 매출액에서 적게는 10%, 많게는 50% 이상 높인다는 전략 아래 데이터베이스나 전사적자원관리 및 보안 등 전분야에서 국산보다 가격이 싼 SW를 내놓아 국내 업체들이 고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성능이면 가격이 싼 제품을 사용자들이 선택한다는 점에서 국내 업체의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본다.

 그런가 하면 해외에서는 국산 SW가 차츰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국산 제품이 외면받는 일도 나타나고 있다. 이유나 경위야 어찌됐건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이런 현상이 SW산업 전반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SW산업이 대표적인 고부가가치산업이란 점을 감안할 때 그것이 특정 분야의 제품이라고 해도 우리가 간단하게 치부해 넘길 사안은 아니다.

 우선 다국적 기업들이 중소·중견기업용 SW에서 최대 올 매출액의 절반 가량을 더 올리겠다고 나섰다면 그로 인해 국내 업체들이 받는 타격은 상당할 것이다. 가뜩이나 최근 기업들의 경영난이 심해지는 상황인 데다가 이미 대기업용 SW는 수요가 포화상태라고 한다. 국내 업체가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했던 중소·중견기업용 SW를 겨냥해 다국적 기업이 복합상품을 내세워 저가공세를 펼 경우 출혈경쟁과 이로 인한 시장질서가 혼탁해질 가능성이 높다. 만에 하나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중소·중견용 SW분야에서 국내 업체들의 입지는 급격히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사용시 문제점으로 지적받아 온 외국제품과의 파일호환성 문제를 해결한 캐드와 한컴오피스, 포토숍 등의 국산제품을 사용자들이 외면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 제품은 해외에서는 차츰 인기를 얻어 일부는 수출도 되고 있다. 더욱이 국산 SW 기피현상이 기업보다는 공공기관이 더 하다니 시정해야 할 일이다. 캐드 제품의 경우 외산과 호환도 되고 가격도 저렴해 19개국에 수출하는 성과를 올렸지만 내수시장에는 수요가 없어 무상배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제품을 공공기관에서조차 사용하지 않고 있다면 크게 잘못된 일이다. 우리는 제품에 특별한 하자가 발생하지 않는 한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국산 SW를 사용해야 한다고 본다. 정부가 SW산업 육성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하면서 어렵사리 만든 국산 제품 사용을 정부나 공공기관이 외면한다면 이율배반이다. SW 육성책이 성과를 거두려면 정부나 공공기관이 솔선수범해 국산품을 사용해야 기업이나 민간들도 이 대열에 동참할 것이다. 아직도 기존 제품을 좋아하는 경향이 여전한데 정부나 공공기관이 이런 의식을 변화시키지 못하면 정책의 성과는 기대 이하일 수밖에 없다. SW업체들도 여건이 어렵긴 하지만 품질과 가격에서 경쟁기업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제품이 우수하지 못하면 상대와 대등한 경쟁이 어렵고 설령 정부가 육성책을 내놓고 지원해도 그 성과는 제한적이고 미비할 것이다. SW산업은 정보화의 중추신경이며 고부가가치산업임을 재인식해 SW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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