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SW 국내서 찬밥

해외선 우수성 인정…내수시장 반응 썰렁

 국산 소프트웨어(SW)가 해외에서는 점차 우수성을 인정받기 시작했지만 오히려 국내에서는 외면받고 있다.

 국내 시장을 독점하는 외국 SW의 아성에 도전하기 위해 국내 업체들이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돼오던 외국 유명제품과의 파일 호환성 문제를 해결, 제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이 차갑기만 하다. 특히 이같은 국산 SW 기피 현상은 공공기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어 정부의 SW 육성 구호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인텔리코리아는 10여년의 개발 기간을 거쳐 지난 2002년 국산 캐드 제품인 ‘캐디안’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이미 미국, 인도, 독일 등 19개국에 수출했으며 올해 확정된 수출 금액만 50만달러에 달하며 영업성과에 따라서는 100만달러를 웃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내수시장에서는 딴판이다. 인텔리코리아는 최근 내수시장에서는 무상배포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국내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오토데스크의 오토캐드와 파일이 호환되고 사용 방법도 비슷한 데다 가격이 5분의 1 수준에 불과,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판매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

 박승훈 인텔리코리아 사장은 “아무리 설명을 해도 고객은 쉽게 믿지 않았고 결국 무상배포라는 방법을 통해 인지도가 높아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한탄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의 대항마로 출시된 한글과컴퓨터의 한컴오피스도 사정은 썩 좋지 않다. 파일 호환성이 크게 좋아지면서 매출이 크게 늘었지만 아직 공공기관에서 이를 전면적으로 도입한 사례가 나오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최근 정부부처에서 업무 보고에 프레젠테이션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등 오피스 사용이 늘고 있지만 정작 국산 SW 육성의 주무부처인 정통부마저도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제품을 고집하는 실정이다.

 허한범 한글과컴퓨터 이사는 “업무보고 중에 국산 SW가 멈추지 않을까 하는 기우 때문에 공공기관에서 도입을 꺼리고 있다”며 “일단 물꼬를 트면 매출에 탄력을 받을 수 있는데 공공기관에서 앞장서 국산 SW를 사용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설명했다.

 그래픽 SW의 대명사인 어도비의 포토숍에 ‘포테이토’라는 국산 제품으로 도전장을 낸 에이티엔에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파일 호환성은 물론 포토숍에서 구현할 수 있는 대부분의 기능을 갖고 있으면서도 가격은 10분의 1 수준이지만 아직 국내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이 회사는 서울 소재 110개 초등학교에 제품을 기증하고 포토숍과 공개 비교테스트를 실시하는 등 바람몰이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공공기관 등 주력 시장의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SW 업계의 한 관계자는 “파일 호환성을 갖고 있으면서 가격이 저렴한 국산 SW를 공공기관이 앞장서 구매하면 국산 SW 육성 의지가 공허한 선언에서 실질적인 의지로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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