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업체들 로엔드 영업 강화
인텔아키텍처(IA)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서버 시장에서 공급 업체들간에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IA 서버 업체들의 움직임은 예사롭지 않다.
가격 경쟁이 심해 지난해의 매출을 올리려면 훨씬 더 많은 제품을 팔아야 한다는 시장 상황이 경쟁을 부채질을 하고 있다. 한국IDC에서는 올 IA서버 시장이 판매 대수 기준으로 지난해 대비 10% 이상 늘어난 6만8000대 규모를 보이지만 매출액 기준으로는 오히려 4280억원에서 4200억원대로 다소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마이너스 성장 폭은 비록 미미한 수치지만 7000대 이상의 서버가 더 판매된다는 점과 비교할 때 올 시장 경쟁이 얼마나 치열할 지 미뤄 짐작할 수 있는 지표다.
특히 업계에서는 한국HP와 한국IBM이 주도하며 수년간 고착화된 시장 구조가 바뀔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지난 2001년 한국HP와 컴팩코리아가 합병된 이후 한국HP와 한국IBM이 이 시장의 50% 이상을 과점해왔다. 그러나 올해 시장은 ‘다크호스’로 등장한 한국델컴퓨터나 새롭게 영업망을 정비하며 판매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삼성전자의 움직임 등을 고려할 때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특히 1개 칩이 장착된 1웨이 시장이 올해 가장 치열한 전쟁터로 부각되면서 시장의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 화이트박스 업체들의 몰락도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100만원대로 내려선 서버 가격=한국델은 얼마전 99만원대의 서버 제품을 출시했다. 여기에 한국HP와 LGIBM 등 경쟁 업체들도 가세하고 있다. 한국HP·LGIBM 양사 모두 시장 확산이 어렵고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하이엔드 시장 대신, 그간 영업력을 기울여오지 않은 로엔드 시장에서 판매량을 늘리는 것이 현재 시장 상황을 돌파하는 방법이라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100만원대의 서버 출현은 곧 1개 CPU가 장착된 1웨이 서버 시장이 격전지가 될 것임을 의미한다.
한국HP는 최근 특판 형태지만 소비자가 125만원의 서버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한국HP는 옵테론 서버인 DL145를 제외한 1, 2웨이 모든 로엔드 제품은 100만원 대로 가격을 낮출 계획이다.
LGIBM 역시 “델에 맞먹을 만한 가격경쟁력을 갖춘 서버를 조만간 출시하고 한판 승부를 벌인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LGIBM은 경쟁사의 동급의 제품보다 높은 사양으로 가격대를 대폭 낮추는 파격적인 가격정책을 도입할 계획이다. 또 총판영업의 비중을 높이고, 대고객 접점 채널인 ‘x패밀리’를 확대하는 동시에 판매지원금을 늘리는 등 영업 지원을 보다 강화해 로엔드 시장의 실적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한국델·삼성전자 영업력 주목=올해 IA서버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업은 당연 한국델컴퓨터와 삼성전자 두 업체다. 지난해까지 제품 라인업 위주로 사업을 정비해 온 삼성전자는 제이엔테크·코오롱정보통신·삼테크·인성디지탈 등 대형 총판 4사를 정하고 영업에 본격 착수했다. 삼성전자측에서는 목표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최소 8000대 이상의 서버 판매를 목표로 세운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제이엔테크처럼 2000대 이상의 서버 판매 실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4개 총판이 ‘소화할’ 물량은 적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한국델 역시 지난 3분기부터 분기당 1500대 서버 판매를 이어가며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델은 국내 업체처럼 대형 총판이나 수십개의 채널을 가동하고 있지 않지만 연간 5000대 이상 판매 실적을 올릴 가능성이 높아 다국적 서버 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화이트박스 업체가 위험하다=인텔코리아로부터 직접 서버플랫폼을 조달받는 화이트박스 업체들 외에도 대만산 서버를 공급하는 국내 업체까지 포함하면 IA서버 시장의 30%는 국내 업체들이 떠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이 시장은 가격을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저가형 시장으로 1웨이나 1U 형태가 주를 이룬다. 이 시장에서는 한국후지쯔와 같은 다국적 서버 업체 외에도 유니와이드테크놀로지, 인텔코리아로부터 밀착지원을 받고 있는 디지털헨지·나노베이커뮤니케이션즈, 대만산 서버를 판매하는 이슬림코리아와 같은 국내 상표를 내건 업체들이 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인텔 서버 확산에 누구보다 기뻐해야할 인텔코리아도 이런 현상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을 정도다. 인텔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화이트박스 업체의 주무기였던 저가 정책을 대형 업체들이 그대로 구사하는 상황이다 보니 정말 힘이 든다”며 “이러다 국내 업체들이 발 붙일 곳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을 나타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