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소속 의원들 가운데 이메일 활용도 1위인 K의원이 이메일 수신 동의를 받아 확보한 메일링 리스트는 4만 5000개이다. 메일을 통한 상호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소위 ‘확실한 관리’가 가능한 명단인 만큼 적지 않은 숫자다. 하지만 2위인 C의원은 1만 4000개, 3위 P의원은 3000개에 그친다. 4위 이하의 의원들이 5개 정도의 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인터넷 정치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과 열망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으나 진정한 IT민주주의 실현으로 가는 길이 녹녹치 만은 않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번 4·15 총선에서 각 정당들이 다양하고 새로운 정치 실험을 시도 중이나 그 성과에 대해서는 100% 확신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선 민주당의 예에서 드러나듯 디지털 정치개혁을 이루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인프라 구축과 의원 개개인의 마인드 전환이 여전히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e메일을 활용한 선거전이 실효를 거두려면 최소한 50만여명 가량의 데이터베이스 확보는 필요하다는 게 정설이지만, 각 당이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는 이에 턱없이 못 미친다. 의원별로 총선을 겨냥해 개인 도메인을 우후죽순 등록했으나 사후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사이트가 폐쇄된 건도 수두룩하다.
신철호 민주당 최고정보책임자(CIO) 겸 전자정당추진기획단장은 “최근 지구당별로 CIO를 하나하나 선출하고 기본적인 정보통신 활용법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다”며 “한꺼번에 많은 것을 욕심내지 않고 처음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장기 과제인 전자정당 구축은 더 요원한 일이다.
현실적으로는 새로운 디지털 정당 구축에 소요되는 비용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중앙당이 적극적으로 발상의 전환을 꾀하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모든 주요 정당이 내세우고 있는 핵심 과제인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 도입을 통한 당원 및 유권자 관리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정당 CRM 구축에 대한 사전 조사에 나선 한 관계자는 “정치활동에 특화된 CRM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전무하다”며 “고객 성향 분석 절차 및 관리가 복잡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시스템 구축까지는 시일이 필요할 것”이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제도적으로는 최근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인터넷 실명제를 비롯해 전자서명 인증제 등 인터넷 여론 수렴과 관련한 명확한 정책적 가이드라인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선거 때마다 인터넷에 넘쳐나는 비방과 음해성 발언들을 여과할 수 있는 장치는 분명 필요하지만 무조건 엄격한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참여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는 우려이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는 향후 디지털 정치개혁에 필요한 과제가 무엇인지 명확히 드러내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조정관 교수(한신대)는 디지털 정치개혁과 관련 “모든 정치 담론과 정치 과정에 전 국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보편적 접근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의 방법과 절차를 모색해야 할 것”이라며 “인터넷 정치운동과 디지털 정당화를 가로막는 오프라인 규제를 제거하여 인터넷 정치가 만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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