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정치, IT의 도입으로 바꿀 수 있을까?’
지난 2002년 대선에서는 이 질문에 대해 만족스럽진 않지만 대답의 실마리는 건졌다. IT는 정보획득의 벽을 무너뜨려 시민사회를 이끌어낸 인쇄혁명처럼, 미디어혁명을 통해 변화된 선거의 단면을 여실히 드러내준 것이다. 4·15 총선을 두 달여 앞둔 시점에서 본지는 4회에 걸쳐 IT가 변화시키고 있는 현실 정치의 모습들을 각 정당들의 선거전략 등을 통해 들여다 보기로 한다.
‘무법자 노란 돼지’, ‘홍준표 의원을 완죤히 까발리는 홀라당 인터뷰’, ‘웃기는 풍자신문, X나일보’....
최근 한나라당이 ‘젊은 한나라’를 표방하며 선보인 패러디 사이트 조은나라닷컴(http://www.okjoeunnara.com)에 등장하는 코너들이다. 한나라당으로서는 그동안 사회적 소수자이자 비주류 계층이 기득권자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온 패러디 기법을 다수당의 주요 선거 전략으로 삼은 점이 파격적이다. 이 사이트에서는 당 홍보 내용을 최대한 배제하고 네티즌이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는 재미있고 솔직한 토론과 놀이 문화 공유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 2002년 대선을 통해 가능성을 보여준 인터넷 선거운동과 넷심의 위력이 이번 4.15 총선의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이번 IT기반의 정치 개혁에 거는 네티즌과 시민들의 기대가 남다르다. 비단 한나라당의 사례 뿐 아니라 모든 정당이 경쟁적으로 사이버 정당을 필두로 한 IT 선거전략을 수립하면서 변화의 기류가 감지됐다. 단순히 네티즌 표심몰이를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각 정당의 체질 개선과 정치 개혁으로까지 이어지는 강력한 도구로서 IT를 주목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총선 후보의 정치자금을 제3자의 회계감사를 받아 그 내역을 고스란히 인터넷에 공개할 계획이다. 당의 공천을 받으려면 ‘정치자금 인터넷 공개서약서’를 제출해야만 하는 이 제도를 다른 당도 도입할 것을 요구했다. 이를 제안했던 실무자도 ’사실은 안 받아들여질 줄 알았다’고 할만큼 파격적인 제안들이 당의 최고의사결정기구를 속속 거쳐 나왔다.
당선권내 비례대표 1∼2석을 네티즌의 직접투표로 뽑는 열린우리당은 온라인 당원들이 투표는 물론 인터넷 비례대표제 선출제 도입여부와 성격, 투표 과정, 추천방법 등을 모두 직접 정하게 된다. 당선권 비례대표 후보 딱지 1장의 위력을 생각한다면 무시 못할 수준의 기득권 포기다.
한나라당의 경우 지난 대선 때 사이버 여론몰이에 뒤졌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정태윤 한나라당사이버위원장은 “인터넷은 강력한 정치 선진화의 도구”라며 “고비용 정치 구조 해소 및 건강한 참여 문화 형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조정관 한신대 정치학과 교수는 “정당 내부 기능으로 나온 조치라기 보다는 선거전략 차원에서 ‘우리도 이런 거 한다’는 식이 많기 때문에 진정한 당의 변화인지는 두고봐야 안다”면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되는 변화를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각 당이 미디어로서의 인터넷을 선거전에 적극 활용하는 동시에 당원 직접투표, 인터넷 의정감시, 네티즌 공천 등 전자정당 구축을 통한 개혁과제 추진에도 발동을 걸었다는 점에도 주목할 만하다. 임혁백교수(고려대 정치학과)는 “지난 대선이 디지털대 아날로그의 대결이었다면 이번 4·15 총선은 모든 정치세력이 뛰어드는 디지털 정치 활성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신철호 민주당 전자정당추진기획단장은 “후보자나 당의 홈페이지 등 인터넷이 지지율 2%를 좌지우지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네티즌이 비례대표를 뽑거나 인터넷에 정치자금을 공개하는 개혁프로그램들이 당의 의사결정과정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등 인식변화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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