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통합 추진…기반 플랫폼 교체 우려
금융권 합병에 따른 후폭풍이 불어닥칠 조짐을 보이자 컴퓨팅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인수합병을 단행한 금융기관들이 시스템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데다가 상당수의 금융기관들이 최고정보책임자(CIO)를 포함한 인사·조직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기관으로서는 인수합병(M&A)에 따른 당연한 후속 조치이지만 컴퓨팅 업체들은 이같은 변화가 올해 금융 정보화 프로젝트의 최대 이슈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시스템 통합을 추진하면서 기반 플랫폼 자체가 바뀔 수도 있으며 조직 개편에 따라 새로운 구매 라인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 대형 프로젝트 수요가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차세대시스템(신시스템) 등 해당 금융기관의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중이거나 잠재 수요를 겨냥해온 솔루션 및 시스템통합(SI) 업계가 혹시 있을 수 있는 변화의 바람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우선 이달 28일로 합병이 완료될 예정인 외환은행과 외환카드 간 정보시스템 합병 방안과 후속 조치가 큰 관심사다. 외환은행이 오는 10월을 목표로 유닉스 환경의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구축중인 상황에서 외환카드 시스템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함에 따라 향후 시스템 구축 방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선 지난 1년여 기간 동안 외환카드가 차세대시스템과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 구축 작업을 추진해온 상황에서 외환은행과 통합됨에 따라 외환카드의 차세대 시스템과 CRM 프로젝트의 향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외환카드는 차세대시스템과 CRM에 각각 약 400억원, 130억원을 책정해 한국IBM·한국오라클 등과 함께 시스템 구축 작업을 진행해 왔다.
합병과 관련해 실무 관리자 등으로 구성된 ‘합병 추진반’을 가동중인 외환은행은 현재 외환카드의 파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28일까지는 합병작업을 마무리 짓는다는 입장인 만큼 이달 중 전산 통합을 위한 논의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외환은행과 외환카드는 각각 유닉스와 메인프레임을 기반으로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추진해왔다는 점에서 이달 말 어떤 형태로 결정이 나든간에 상당한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외환은행의 전산실 관계자는 “아직까지 명확히 결정된 바는 없다”면서 “양측의 정보시스템 환경이 서로 다르긴 하지만 네트워크 기술을 통해 시스템을 연계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기관 내 IT관련 부서의 통합작업에 따른 변화도 주목된다. 지난달 말 전산정보본부를 전산정보그룹으로 개편, 김영일 부행장 체제를 가동한 국민은행은 최근 자사의 IT 전략 및 정보화 사업을 진행해온 차세대 팀과 IT전략 팀을 통합한 ‘ IT기획&차세대 팀(가칭)’을 가동했다.
국민은행의 이 같은 조치는 대형 은행 내의 IT 담당부서간 통합이라는 점과 함께 최근 액센츄어, IBM BCS를 통한 컨설팅 작업을 마친 차세대뱅킹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의 사업 방향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배경과 추이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밖에도 향후 3년 후 통합되는 신한은행과 조흥은행,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의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도 뜨거운 이슈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