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한국 외교, 어디로 가야 하나

 새해 한국 외교를 생각한다. 한국 외교의 방향을 둘러싼 논의에서 자주파와 동맹파라는 이분법은 잘못된 것이다. 자주파라고 불리는 사람들도 한국 외교에서 대미관계가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현대 국제정치에서 폐쇄적인 자주 노선을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중요한 것은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외교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은 주권국가고, 국익을 우선하는 대미 협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용산 기지 이전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한국 외교의 국내적 지지기반의 문제점을 잘 드러내 준다. 기지이전은 부시행정부의 해외주둔 미군의 전략적 재배치라는 관점에서 추진되고 있다. 전통적인 재래식 전략이 아니라, 빠르고 강한 군대를 위해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재배치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에는 여전히 1950년대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는 보수언론과 정치세력이 존재한다. 미국의 필요에 따라 추진되는 주한미군의 재배치를 한미관계의 이상 징후로 해석하면서 반대한 결과는 무엇일까? 우리는 기지이전의 비용을 비롯한 여러 가지 조건에 관련된 협상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주한미군의 재배치는 한국의 `외교적 카드`임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미국의 ‘협상카드’가 되었다. 미국과의 관계에서 아예 외교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 동맹파인가.

 한국외교의 방향성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북핵 외교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동맹파라고 분류되는 사람들은 부시 행정부의 대북 핵정책과 공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02년 10월 이후 긴 교착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북한 핵이 종국적으로 폐기되어야 한다는 점을 아무도 부정하지 않는다.

 문제는 방법이다. 과연 부시행정부는 북핵문제를 해결할 의사가 있는가. 미국은 여전히 북한의 일방적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 민간 대표단의 방북을 통해서 확인된 사실은 교착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북한은 실제로 핵 억지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이 더 이상 상황을 악화하지 않도록 동결국면을 조기에 조성하고, 이러한 협상분위기에서 북한의 최종적인 핵 폐기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2차 6자회담이 재개되고, 여기서 북한의 핵 동결을 합의해야 한다. 미국이 동결국면을 인정하지 않는 이상 교착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오로지 부시행정부의 호의적인 태도변화만을 기다려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핵 위기의 교착은 우리에게 불리하다.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국의 적극적 `외교적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한반도는 강대국들에 의해 둘러싸여져 있는 약소국이다. 약소국일수록 지혜로운 외교가 중요하다. 현재의 세계는 냉전의 봉쇄가 추진되던 ‘과거’가 아니다. 각국은 과거의 냉전적 동맹관계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다원외교를 벌이고 있다. 우리가 시대적 변화를 읽지 못한다면, 다시금 우리는 100년 전에 겪었던 강대국들의 ‘패권추구의 장’으로 전락할 것이다.

 최근 외교정책을 둘러싼 논란을 거치면서, 이제 한국도 장기적인 외교방향을 진지하게 모색해야할 시점이 되었다. 경제력에 걸맞은 외교적 역량을 길러야 한다. 미국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하지만 한미 관계도 외교다. 대한민국의 국익을 생각하지 않는 것은 외교가 아니다. 이라크 파병이나, 주한미군 재배치, 북핵 문제, 모든 한미 관계의 현안에서 한국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외교가 필요하다. 자주파와 동맹파라는 현실에서 벗어난 다분히 정략적인 이분법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우선하는 새로운 외교적 지지기반이 필요하다.

 나아가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북관계다. 당분간 동북아 외교에서 ‘북한문제’가 가장 중요한 현안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남북관계의 발전 수준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외교적 발언권을 결정할 것이다. 한반도 현안문제의 당사자 해결 구도의 정착이 한국 외교의 출발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 doota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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