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한국에는 `소프트웨어가 없다`

 ‘스피릿’. 갑신년 새해 지구촌을 떠들썩하게 했던 화성탐사로봇의 이름이다. ‘스피릿’호의 화성 안착은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고, 인류에게 희망의 큰 선물을 안겨 주었다. 골프카트 만한 로봇이 물을 찾기 위해 화성탐사를 시작한 쾌거를 보며 지난 연말 저자로부터 직접 받은 ‘대학민국에는 소프트웨어가 없다’라는 책이 생각났다.

 처음 책을 받았을 때 독일의 철학자 니체의 ‘신은 죽었다’가 떠올랐다. 기독교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던 시대에 기존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깨고 신은 죽었다는 묘한 논리로 니체는 인간 중심의 사상 전환을 시도한 것이다. 신은 죽었다는 표현처럼, ‘소프트웨어가 없다’라는 말도 소프트웨어가 매우 중요하며, 앞으로 이 부문의 인력을 집중 양성해야 한다는 반어법처럼 느껴졌다. 대한민국이 IT강국이고, 특히 전자정부와 관련해서는 어느 나라보다도 앞서 있으며, 인터넷 인프라는 세계최고라고 자타가 공인하고 있지 않는가. 또 소프트웨어 인력을 15만명 이상 확보하고 있는데 한마디로 이 모든 것을 부정하고 무시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한국에 소프트웨어가 없다’는 주장에 왜 일리가 있는지 공감이 갔다.

 특별히 공감이 되는 부문은 소프트웨어는 기술이 아니라 문화라는 것이다. 과연 우리의 문화가 소프트웨어 인력을 키우고 양성할 수 있는 토양인지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화성탐사를 위해 미국 나사(NASA)는 30여년 동안 꾸준하게 투자했으며, 성공 확률이 극히 낮음에도 불구하고 밀어준 정부와 학계의 신뢰 풍토가 있었다. 이에 반해 우리는 너무도 단기 성과 위주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본다.

 화성 탐사로봇을 구성하는 수천 가지의 부품인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완벽하게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소프트웨어의 몫이라 할 수 있다. 부품의 조합이 아무리 훌륭해도 그것을 구동하는 소프트웨어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라우터장비의 하드웨어 제조원가는 30만원에 불과하지만 각종 통신 프로토콜 및 제어 소프트웨어가 탑재되면 500만원으로 크게 상승하는 것은 소프트웨어의 부가가치가 얼마나 큰가를 보여 주는 대목이다. 이제 소프트웨어가 왜 중요하며 미래 부가가치의 핵심인지 그 이유가 자명해졌다. 그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첫째, 가장 신경을 써야 할 것은 아키텍트 양성이다. 아키텍트란 건축분야에서 건축설계사와 같은 개념이다. 15만명 이상의 소프트웨어 인력 중 과연 몇 퍼센트가 아키텍트의 비전을 갖고 있을까. 개발자, 엔지니어, 분석가로 이어지다 갑자기 관리자로 전환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산업 현실상 이 분야의 장인이라고 할 수 있는 아키텍트의 양성은 참으로 중요하다.

 둘째, 개발자가 우대를 받는 사회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아키텍트 양성의 중요함을 아무리 설파한다 할지라도 개발자가 아키텍트로 성장할 수 있는 엔지니어 우대 문화가 조성되지 못 하면 공염불에 그칠 것이다.

 셋째, 공개 소프트웨어 활성화 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 소프트웨어의 문화가 선진화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산업이 발전해야 한다. 산업의 발전에는 무엇보다도 공개적인 경쟁이 주효할 것이다. 독점적인 산업구도하에서 지속적인 발전은 어렵다.

 휴대폰, 반도체 등 IT제조업에서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소프트웨어의 수준에서 보면 과연 몇 위나 될지 의문이다. 소프트웨어 역량강화는 역사적 사명이다. 따라서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금부터라도 문화적 토양 조성과 체질 강화를 위해 부단히 힘 써야 할 것이다.

 30년 동안 꾸준하게 추진한 프로젝트가 오늘날의 화성 탐사 로봇을 가능하게 했듯 지속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국의 소프트웨어산업도 열매를 맺을 것이다. 산업계, 학계, 정부 등이 노력하여 머지 않은 시기에 ‘대한민국에는 소프트웨어가 있다!’라는 책이 다시 나오길 기대한다.

 ◆ 김인 삼성SDS 사장 inkim@sam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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