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2004년의 잠재력

 이틀 후면 2004년 갑신년 새해가 밝는다. 신년을 앞두고 막바지 한 해 결산과 내년 사업 계획을 놓고 모든 기업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03년은 신용 불량자 급증, 화물연대 파업, 사스와 이라크 전쟁 등 유난히 악재가 많았던 한 해였다. 생산· 투자· 소비 등 체감 경기도 ‘한겨울’이었다.

 내년에도 올해 이상으로 굵직한 사건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당장 눈앞에 총선이 있고 고속철도가 개통되며 주5일제 근무가 실시된다. 휴대폰 번호가 통합되고 자유무역협정(FTA)논의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도 모든 기업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경기 회복 시점’이다. 과연 언제 쯤 꺾여진 소비 심리가 되살아 날 것이냐에 온통 촉각이 곤두서 있다. 정부와 각 연구소에서는 부산하게 내년 경기 지표를 내놓고 있지만 불행히도 누구도 시원스런 답변을 주지 못하고 있다. 낙관적으로 내년 1분기라는 전망도 있고 내년 4분기가 되어야 경기가 살아 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심지어 세계 경기와 별개로 일본과 같은 장기 불황에 돌입한다는 비관적인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한 마디로 내년 경기는 ‘오리무중’이다. 더 큰 문제는 기업과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경기는 여전히 ‘엄동설한’이라는 점이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11월 ‘산업 활동 동향’은 실물 경기가 지금까지도 바닥을 찍지 못했음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 수출 증가로 생산과 재고 지표는 개선되었지만, 경기의 선행 지표인 설비투자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무려 8.1%나 감소했다. 소비 심리를 알 수 있는 도소매 판매 지수도 116.0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7%나 감소했다. 올 3월부터 9개월 째 하락세를 지속했으며 하락 폭은 지난 98년 11월 마이너스 8%를 기록한 이후 5년 만에 최악의 상황을 연출했다.

 이래저래 다소 불안한 2004년을 맞게 됐다. 다행히도 국내 경기를 논할 때 ‘성장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말을 빼놓지 않고 있다. 세계 경기를 비롯한 대내외적인 조건은 충분히 성숙했다는 것이다.

 결국 남은 과제는 보이지 않는 잠재성을 현실로 바뀌는 일이다. 불투명한 시장 상황에서는 현실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집중하는 것이 경기 회복의 첫 걸음이다. 2004년은 각 기업이 세운 목표가 모두 실현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디지털 경제부=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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