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우리나라 전자정부 수준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결과가 발표됐다. 세계 100대 국가 100대 도시의 전자정부 평가 결과, 서울이 전세계 주요 도시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또 우리나라 광역자치단체 전체의 전자정부 종합 평균도 세계 100대 도시중 상위 20개 대도시의 평균보다도 높게 나타나 세계 제1의 전자정부 구축을 외쳐온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의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준 쾌거다.
하지만 이처럼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던 우리나라 전자정부의 명예가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경찰청의 교통전산시스템에 이어 행정자치부의 주민전산망까지 일시중단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사람들의 입에서는 무슨 세계 최고, 그러면 그렇지 하는 비아냥 마저 주저없이 흘러나온다. 그나마 다행히도 주민전산망은 긴급복구돼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주민등록증, 주민등록 등·초본, 인감증명발급 등의 업무가 중단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는 40여분만에 종료됐다.
정보화시대에 전자정부는 국민의 생활 편의성을 높이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그만큼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국가기간전산망의 마비는 국민의 실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시스템가동에 따른 피해는 단순히 산술적으로만 계산할 수 없다. 또 생활에서의 불편함뿐 아니라 정보화 자체를 불신하는 단초도 제공할 수도 있다. 즉 정보화시대에 걸맞는 전자정부 구축을 줄기차게 추진해온 정부의 의지를 무력화 시킬 수 있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주는 교훈은 결코 적지 않다.
이번 사태가 정보화의 부작용을 거론하며 정보화라는 큰 흐름을 되돌리려 한다면 한심한 일이다. 문제점을 보완하고 다시는 이같은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게 마땅하다. 일전에 본지를 통해 처음으로 인터넷민원발급시스템의 위변조 가능성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이같은 문제 제기에 대해 일부에서는 정보화를 하지말라는 이야기냐며 목소리를 높인 바 있지만 결과적으로 이를 통해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게 됐고 국민들 또한 안심하고 전자정부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찬가지로 이번 사태 또한 우리의 전자정부가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바람직 하다.
국가기간전산망의 일시적인 장애나 가동중단 등과 같은 상황은 언제, 어느 때나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또 정보화가 진전될수록 시스템 중단에 따른 피해는 눈덩치처럼 커질 수 있다. 당연히 미연에 사고를 방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나타난 것 처럼 전자정부 문제의 대부분은 시스템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이를 운용하는 사람의 문제다. 따라서 정보화에 대한 준비나 인식의 변화없이는 언제나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나라 전자정부가 세계 제1의 수준이라고 발표했던 자료에서 조차 우리나라 전자정부의 보안수준만큼은 낙제점 수준이라고 지적한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세계 최고의 IT와 보안기술을 갖고 있는 우리가 정보화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시스템탓으로 돌린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더구나 앞으로 전자정부의 이용은 더더욱 확산될 것이다. 당장 내년 1월부터는 전자정부 간판 서비스인 인터넷민원서비스에 주민등록 등·초본의 발급까지 포함된다. 사용자의 폭발적인 증가와 이에따른 문제점도 속출할 것이 분명하다. 이제부터라도 가장 앞선 IT시스템을 자랑하기 보다는 시스템 운영자 및 이를 활용하는 국민의 정보화에 대한 의식수준을 높이는 게 세계 최고의 전자정부를 구축한 우리가 정보화사회의 급진전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이다.
<양승욱 정보사회부장 sw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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