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SW 사후서비스

 최근 대표적인 국산 ERP솔루션 업체 중 한 회사의 법정관리 발표로 소프트웨어 업계는 들썩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경기 침체의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IT기업들은 동종 업계의 경영난에 애석해 하면서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끼고 있다. 한편에서는 이런 위기상황을 돌파할 대대적인 사업구조 개편 및 혁신을 위한 작업에 착수하고 있다.

 사실 소프트웨어는 공짜라는 인식이 만연해 있던 한국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이 성숙, 발전하기에는 많은 장애가 있었다. 1980년대 말 한국오라클이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한 이후 데이터베이스가 무료로 끼워주는 번들 제품이 아니라 대가를 지불하고 사용해야 하는 독립적인 기업용 소프트웨어임을 인식시키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왔다.

 이제 소프트웨어는 지식정보사회의 근간을 구성하는 필수불가결한 IT핵심기술이며, 하드웨어의 번들제품이 아니라 반드시 구매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지만, 소프트웨어 사후서비스와 관련해 또다시 넘어야 할 산을 만나고 있다. 하드웨어 시스템의 경우 일정한 주기로 신제품이 나오면 재구매를 통한 업그레이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라이선스 개념으로 구매되는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는 일정기간 경과 후 재구매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제품의 업그레이드 및 패치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고 사용해야 하는 사후서비스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지 못하다.

 이런 인식의 부재는 지난 10여년 국내 IT 영업 관행의 잘못에서 기인하고 있기 때문에 IT업계의 한 사람으로서 자기반성의 시간을 갖게 된다. 과거에는 하드웨어 중심의 영업을 통해 하드웨어를 구매할 때 소프트웨어를 함께 파는 형식으로 판매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소프트웨어는 공짜라는 인식이 생기게 되었다. 그 이후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에서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판매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지금은 모든 IT기업들이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영업활동을 하면서 라이선스영업을 위해 서비스를 함께 제공해 온 지난날의 영업 관행이 IT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하드웨어도, 소프트웨어도, 서비스도 각각 독립된 제품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이 서비스는 공짜라는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그리고 서비스는 적정한 비용을 지불하고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정착되지 않는다면, 오라클과 같은 글로벌 IT기업뿐만이 아니라 국내의 많은 중소 규모의 소프트웨어 회사 및 서비스 전문 기업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특히, 엔론 사태 이후 미국증권거래소를 비롯해 여러 국가에서 소프트웨어 회사의 매출을 라이선스,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기술지원 서비스, 교육 등을 엄격히 분리하여 책정하는 룰을 적용하고 있다. 이 법안의 의미는 기업의 서비스 및 교육 등이 통합되어 있는 기존의 소프트웨어 가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이제 소프트웨어의 라이선스와 기술지원 서비스, 교육 등을 분리해서 가격을 책정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는 소프트웨어 회사들의 회계상의 투명성을 확보하여 주식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 동시에, 결국은 고객들이 고품질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다. 이제 소프트웨어에서 서비스를 분리해야 하는 것은 전세계적인 추세가 되고 있다.

 소프트웨어를 하드웨어와 분리해서 인식하고 구매하는 데 투자한 노력과 시간만큼 이제 서비스가 독립된 제품이며, 구매의 대상이라는 점을 알리고 공감을 얻는 데 투자해야 할 때다. 이는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업체의 당면 과제이고, 이 산을 성공적으로 넘어갈 때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은 정상적인 성장과 발전이 가능한 토대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윤문석 한국오라클 대표이사 ms.yoon@orac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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