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초미의 관심이었던 대기업들의 공공부문 정보화 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선에 대해 정부가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은 모양이다. 정보통신부가 마련한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시행령(안)을 보면 우선 공공부문 정보화 사업에 참여가 제한되는 대상 기업은 중소기업법에 명시된대로 매출 300억원 이상인 대기업이며 사업 참여가 제한되는 발주 금액 하한선은 업계의 반발을 의식한 듯 매출 규모에 따라 사업 규모 20억원, 15억원, 10억원, 3억원짜리 등 4단계로 차별을 두는 형태로 정해졌다.
하지만 정부·공공기관·지방자치단체 등 175곳에서 최소 3억원 이하로 발주되는 정보시스템 개발 구축사업에는 대기업이면 무조건 참여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또 전문성이 요구되는 정보화전략계획(ISP) 수립사업이나 시범사업, 기존 대기업이 구축한 시스템의 유지보수는 제한을 두지 않는 범위에서 가닥이 잡혔다.
물론 이 시행령안은 앞으로 공청회를 열어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확정될 예정이지만 그대로 시행될 경우 기술력이 높거나 전문성이 강한 중소 시스템통합(SI) 및 소프트웨어 업체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예전 같으면 10억∼20억원짜리 프로젝트는 쳐다보지도 않던 대기업들이 최근 IT경기 침체로 1억원짜리 등 규모에 관계없이 수주에만 총력을 기울이는 ‘저인망식 싹슬이’ 전략을 펴고 있는 않은 상황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우리는 이 시행령안이 어떤 형태로 정해지든 지금까지 소프트웨어시장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온 대기업 편중현상, 과열경쟁, 덤핑수주 등이 사라지고 공정경쟁 기반이 조성되는 계기로 작용하길 바랄 뿐이다. 특히 중소 전문 SI업체들에게는 안정적으로 분배되는 일감을 통해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대형 SI업체들에게는 국제무대에 신경을 기울이는 요소로 작용해 국내 소프트웨어산업 경쟁력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촉매제가 되었으면 한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국가 소규모 프로젝트 참여를 제한하는 기준에 대해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6월 모법 개정안이 나올 때부터 거론됐던 것이어서 별문제가 없지만 사업참여 제한 범위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이론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이해득실에 따른 반응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이번에 마련한 제한 범위 자체가 현실과 다소 괴리가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대기업들의 주 매출원이 국내 공공분야 프로젝트고 그나마 발주되는 공공 프로젝트가 대부분 소규모라는 점에서 그렇다.
이런 점에서 보면 매년 정부가 고시하기로 되어있는 사업 금액 하한선과 참여기업 기준을 투명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항상 불공정시비가 제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무리 좋은 취지로 시행되는 제도라도 또 다른 논란의 불씨를 제공하는 단초가 된다면 이는 바람직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와함께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사업에 대한 발주자의 관리능력 제고, 품질의 중요성 인식 확산 등 공공기관 정보화 사업 발주·관리체계 개선사업이 필요하다. 규모의 전문화나 중소기업 육성도 좋지만 공공분야 정보화 사업이 실패할 경우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위험성까지 있으므로 고품질의 정보시스템을 정해진 기간내에 확보하기 위한 최적화된 발주·관리체계 및 발주 프로세스의 확립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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