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 규모 공동투자…40인치대 표준 주도할 듯
삼성전자는 28일 일본 소니사와 7세대 TFT LCD 생산을 전담하는 합작사 설립에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LCD 패널 1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TV제품에서 수십년간 1위를 기록해온 소니의 합작건이 성사됨으로써 세계 TV 및 디스플레이 시장에 일대 파란이 예상된다.
양사는 이번에 △약 2조원 규모의 공동 투자를 통한 합작사를 설립하고 △ 삼성전자측에서 CEO를, 소니측에서 CFO를 각각 맡기로 합의했다. CEO는 삼성전자 AMLCD사업부의 전무급이 맡게될 것으로 알려졌으며 주식배분은 삼성전자가 1주를 더 갖는 조건이다. 삼성전자는 소니와 세부항목에 대해 합의가 완료되는 2004년 초에 합작사가 정식으로 설립할 예정이다.
◇제휴 배경=소니가 공식적으로 삼성전자에 LCD합작회사를 제의한 것은 지난 6월이다. LCD, PDP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내부에 보유하지 못해 차세대 TV분야에서 경쟁사에 밀려왔던 소니는 이를 일거에 만회할 기회를 찾게 됐고 약 6개의 LCD업체에게 의사를 타진한 후에 결국 삼성전자의 손을 잡았다. 삼성전자는 40인치대로 LCD 패널 시장을 확대하려던 참에 소니가 적극적으로 LCD 합작의사를 밝혀옴에 따라 이를 받아 들였다. 다른 어떤 기업보다도 소니가 40인치대의 LCD TV 시장 공략에 나설 경우 예상보다 이른 시일내에 40인치대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파급력은=소니와 삼성전자의 이번 딜의 특성은 7라인에 생산된 물량 가운데 절반씩 양사가 가져간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외부에 판매할 수 있으나 소니는 전량 자체 소화할 예정이다. 이럴 경우 마더글라스 기준 10만매를 투입한다고 가정할 경우 소니가 월 30만장(7세대 라인에서는 40인치가 6장 나옴)을 가져가게 된다. 연간 400만장에 이르는 물량을 소니가 소화하는 셈이다. 비교적 LCD TV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디스플레이서치조차도 오는 2006년경에야 40인치대 시장 수요를 180만대로 보고 있으나 양사의 물량만 합해도 이를 5배 이상 초과해 조기 시장 정착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의 한 고위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소니와의 협력으로 40인치 대에서도 표준을 주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사의 광시야각 기술인 PVA기술에 대해서도 우월성을 입증, 표준 장악력을 더욱 높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2006년경 TV용 패널 시장에서 25∼30%의 점유율을 기대했으나 소니와의 합작으로 40%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T와 가전업체와의 대리전=삼성전자와 소니의 이번 합작은 소니가 향후에도 TV부문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최근 델, HP 등 IT기업들의 LCD TV시장 진출로 소니의 영향력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최대 LCD 라이벌인 LG필립스LCD는 소니를 빼앗기자 델, HP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미 델과 HP가 연내 출시할 모델의 패널을 LG필립스LCD가 전량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LCD TV부문에서 소니를 비롯한 전통가전 업체들이 승리하느냐 델, HP 등 IT기업이 승리하느냐에 따라 이번 합작건의 성공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한편 일본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소니가 파트너로 한국업체의 손을 잡음으로써 LCD분야 재기를 꿈꿨던 일본은 더욱 입지가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