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한 평판디스플레이에 잉크볼 주입
2012년 10월 29일 오전 6시. 회사원 K씨는 눈을 뜨자마자 신문크기의 두루마리형 백지를 들고 화장실을 찾는다. 잠시 뒤 백지 속에는 전자신문이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동영상 IT뉴스가 드라마처럼 나타난다. 홈서버를 거쳐 전달된 뉴스콘텐츠가 종이디스플레이, 이른바 ‘전자종이’(electronic paper)에서 자연스레 구현된 것이다.
신문이나 책과 같이 종이의 감촉과 유연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정지화상은 물론 동영상까지 완벽하게 구현해내는 전자종이의 출현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인류가 수 천년간 이용, 무엇보다 친숙한 종이가 컴퓨터용 LCD모니터나 TV화면과 같은 성능을 낼 수 있는 전자종이로 다시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전자종이를 구현하는 접근 방법은 디스플레이방식과 종이방식 등으로 구분된다. 전자는 기존 평판디스플레이의 유연성을 강조,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라 불리며 후자는 기존 인쇄물의 원리와 같이 직경 0.1mm 이하의 잉크볼이나 캡슐을 이용한다. 최근엔 두 장의 얇은 전극 판 사이에 볼이나 캡슐을 끼워 전극에 인가되는 전압에 의해 전하된 부분이 이동, 명암 또는 컬러를 구현하는 마이크로 캡슐 방식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기술을 적용한 전자종이의 초보 모델을 발표한 회사는 미국 이잉크(E-Ink). 이 회사는 토판, 필립스 등과 협력, 휴대형 정보기기에 연결할 수 있는 모델과 능동구동형으로 유연성있는 기판 위에 제작된 모델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아직은 해상도 낮지만 고해상도, 능동 구동, 컬러화, 유연성 등의 기능 구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스마트 페이퍼 제조사인 지리콘(Gyricon)은 마이크로 볼을 이용,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리다임(Iridigm)은 MEMS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루슨트는 플라스틱 구동 회로를 개발 중이며, 필립스는 오일의 소수성을 이용, ‘Electrowetting Display’란 신개념 전자종이를 발표했다. 그런가하면 제록스는 지리콘의 마이크로 볼을 대형 종이로 가공, 적용하는 미래형 전자 종이 개발에 착수했다.
디스플레이 강국인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산·학·연이 LCD·PDP·OLED 등 3대 평판디스플레이를 대체할 차세대 전자종이 개발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특히 전자종이가 10대 차세대 성장동력 중 하나인 디스플레이의 요소기술 중 하나로 포함, 내년부터 대규모 정책 자금이 투입될 예정이다.
KIST 디스플레이 및 나노소자연구실 주병권 박사는 “10년 후엔 전자종이 묶음으로 된 전자잡지나 전자책이 등장, 버튼 하나로 여러 동화나 소설을 무선으로 받아 볼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스플레이 기술은 브라운관(CRT)을 거쳐 LCD, PDP, OLED, FED 등 평판디스플레이로 발전하며 두께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신소재의 등장으로 자유자재로 접는 디스플레이가 상용화시대를 맞고 있다. 두루마리나 책 형태의 디스플레이는 이제 더이상 SF영화속의 상상물이 아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