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블리자드의 그릇된 상도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 직배 결정에 대한 국내 업체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뒷통수를 맞았다는 것이다. 블리자드는 당초 국내 업체에 판권을 판매하는 형태로 WOW를 한국내에서 유통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정작 뚜껑을 열어 보니 상당히 오랜 기간 직배 준비를 해왔다는 느낌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까지 국내 100명 이상의 고객서비스팀을 두는 등 세심한 마케팅 전략은 물론 국내법인의 설립까지 검토하고 있을 정도다.

 물론 직접 서비스를 하든 간접 유통을 하든 그것은 블리자드가 결정할 사항이다. 막대한 로열티가 유출되지 않고 세계적인 개발사와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것은 국내 업계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그러나 유통업체를 선정하겠다며 국내 기업을 직접 실사해 놓고도 직배가 결정된 사실을 끝까지 감추고 있었던 것은 상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블리자드 직배 움직임을 포착하고 취재에 돌입했을 때 판권 경쟁에 뛰어든 H사의 이사는 “설마 직배하겠습니까? 다만 블리자드 모 기업인 비벤디가 요즘 다소 어려우니 결정이 늦어지는 거겠지요”라며 전혀 의심을 보이지 않았다. 직배를 하려했으면 상도의상 해당 지침을 사전에 알려줬을 것이라는 순진한 얘기다. 그러나 그 당시 블리자드는 이미 직배를 확정하고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 기업 정보를 빼가기 위한 유인 전략이라는 업체들의 비난이 들끓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제안서를 검토하면 할수록 직배하는 것이 더 낫겠다고 판단했다”는 블리자드의 닐 허버드 부사장의 말은 국내 업체들의 순진한 생각과는 달리 제안서에 담긴 정보를 고스란히 블리자드가 확보했음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아니다.

 블리자드 모 회사인 비벤디는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2’ 등 각종 제품을 유통할 때마다 외국업체의 관행이라며 끝까지 게임 유통사를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사정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직배로 모든 결정이 내려진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노 코멘트로 일관한 블리자드의 모습은 세계 최고의 게임업체라는 수식어하고는 뭔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류현정 정보사회부 기자 dreamsho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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