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중순 미국 캘리포니아 몬터레이에서는 간소하지만 뜻있는 행사가 열렸다. 세계 최초의 마우스 개발자인 더글라스 엔겔바트, 현 로지텍 CEO인 구에리노 드 루카 등 마우스와 관련한 인사들이 참석한 이날 자리는 지난 81년 설립 이래 전세계 PC 사용자들의 필수품인 마우스 5억개 출하를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로지텍사의 구에리노 회장은 “5억개의 마우스는 선을 제외한 본체를 일렬로 늘어놓아도 지구를 한바퀴 반을 돌며 그 무게는 타이타닉호의 1.5배일 정도로 엄청난 양”이라고 설명하며 그동안 회사 임직원들의 노력을 격려했다.
국내 제조사들이나 사용자들에게 별 것 아닌 품목으로 치부되는 마우스로 세계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점은 사업 다각화만이 경영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다고 믿는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81년 스탠퍼드 출신 대학원생 두 명이 스위스에서 탄생시킨 로지텍사는 현재 4800명의 직원과 11억달러(2003 회계연도 기준)의 매출 규모를 가진 기업이다. 지난 5년간 매해 17∼32%의 두 자릿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고 96년 1억개, 99년 2억개, 2000년 3억개, 2002년 4억개의 가파른 마우스 판매 실적을 올리며 전세계 PC 주변기기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마우스와 키보드 등으로 이 회사는 스위스와 미국 주식 시장에 각각 지난 88년과 97년에 상장도 했다.
이 회사와 관련한 유명 내부 일화 중 하나. 90년대 중반 로지텍사의 주주들은 세계적인 거대 IT 기업인 I사에 2억 8000만달러에 회사를 인수할 것을 제안했으나 이 회사는 전망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그러나 현 CEO인 구에리노 드 루카 회장이 5년 전 취임한 후 계속적인 성장을 거듭하자 지난해, 처음 제안했던 2억 8000만달러보다 10배 가까이 늘어난 26억달러에 회사를 인수하겠다고 역제안이 들어왔다.
하지만 로지텍에서는 반대로 이를 거절했다. 과거에도 그랬듯 미래에도 마우스는 사람과 PC 사이의 관계에 빠질 수 없는 도구이며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구에리노 회장은 “마우스는 점점 더 지능적이고 사람들이 원하는대로 발전을 거듭해 미래의 마우스에는 입체적인 개념이 도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우스로 시작했고 마우스로 이곳까지 왔으며 다시 마우스로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얘기다.
현재 로지텍사에는 세계 최초의 마우스 개발자인 더글라스 엔겔바트 씨가 근무 중이다. 현업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77세인 그는 고령의 나이에도 개발자들의 회의 등에 참석해 고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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