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벤처행사가 이번주 잇따르고 있다. 국내외 벤처기업인이 대거 참여하는 ‘벤처코리아 2003’이 6일 개막된 데 이어 ‘위민앳벤처코리아 2003’이 7일부터 이틀간 개최되는 등 오랫만에 벤처업계가 활기에 찬 모습이다. 벤처기업인들은 이번 행사를 통해 세계속의 벤처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함은 물론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위한 벤처기업의 역할을 다각적으로 조명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번 벤처행사는 벤처기업 스스로가 글로벌 휴먼네트워크를 구축해 미래 비전을 공유하겠다는 뜻 깊은 자리다. 국내 벤처기업과 해외 한인벤처기업이 하나의 네트워크 아래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아내고 협력모델을 도출, 글로벌 시장경쟁에 함께 뛰어들겠다는 취지다. 참여정부 들어 관심권에서 멀어져만 가고있는 벤처업계의 이런 자발적 의지가 새삼 고무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사실 지난 국민의 정부 때와 같은 벤처 지원을 기대하기란 요원하다. 참여정부의 벤처정책은 지난 정부의 퍼붓기식 지원을 철저히 지양하는 대신 시장 원리를 중시하고 있다. 보다 적나라하게 말한다면 벤처정책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는 게 옳을 것이다. 아직도 노사의 매듭을 풀지못하고 있는 데다 이라크 파병과 북핵문제 등에 현정부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 이러한 정부 아래서 벤처시스템의 재건책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중소·벤처기업을 둘러싼 경제환경도 최악이다. 먼저 정보기술(IT)을 중심으로한 수요 부진이 좀처럼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몇년간 우리나라 IT 경기를 이끌어온 정보통신분야의 투자가 꽁꽁 얼어붙었으며 초고속인터넷, 이동전화 등과 같은 통신서비스 수요도 정체기로 들어섰다. 정부의 정보화 투자 또한 축소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구조조정이 국내 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기업들이 앞장서서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은 긴축경영을 전제로 중소벤처기업으로까지 확대됨으로써 우리나라 경제의 냉기류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중소·벤처기업들의 자금난은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다. 프라이머리CBO를 비롯한 각종 벤처지원자금의 상환이 닥쳤는데도 하루하루 먹고살기가 힘든 중소·벤처기업들이 부지기수다. 6개월짜리 어음이 다시 살아나 그나마 매출이 발생하는 기업도 자금 순환에 애로를 호소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CEO들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 10명 가운데 4명이 현재의 경제상황이 계속될 경우 2년내 쓰러질 것이라고 응답한 것은 중소벤처업계의 경영난이 어디까지 와있는 가를 실감케 한다. 우리 경제에 대한 심리지수(111 이상일때 안정)가 36.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으니 중소기업 CEO들의 불안감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더구나 정부의 경제정책에 일관성이 없다고 판단할 때에는 기업하기가 싫다(36.7%)는 반응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실정이다.
이와같은 환경속에선 국내외 벤처기업들이 부르짖는 한민족 글로벌 휴먼네트워킹도 공염불로 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정부가 벤처기업들에 활력을 불어넣지 않고서는 이러한 벤처행사가 말그대로 연례행사에 불과할 뿐이다. 지난 정부와 차별화해 ‘시장시스템의 육성과 간접지원’을 내걸고 있다면 이에맞는 정책을 내놓아야할 것이다. 벤처가 활력을 찾지못하고 시름하면 우리 경제의 회생길도 그만큼 멀고 험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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