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극심한 경기 부진속에 IT기업들의 사업 다각화가 활발하다. IT 벤처기업이 주를 이루는 코스닥에서 올해만 870개사 가운데 231개사가 회사의 사업목적을 바꾸거나 새로운 사업 내용을 정관에 포함시켰다. 기존 사업의 부진을 매우기 위해, 또 추가 성장엔진을 찾기위해 새로운 아이템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눈여겨 볼 부분은 IT기업들이 기존 사업과 크게 연관이 없거나 아예 별도의 사업을 시도하는 예가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달 들어서만 현주컴퓨터가 부동산 신축 판매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고 확장성표기언어(XML)솔루션업체인 유진데이타는 초등학생 대상의 온·프라인 학습지 사업에 진출했다. 또 지불결제대행서비스전문인 이니스시는 대부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으며 국순당(연구용역서비스), 가로수닷컴(사무 문구업 및 회화용품 제조업), 제일바이오, 씨티씨바이오(애완동물 관련 사업일체) 등이 기존 회사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사업을 신규 아이템으로 포함시켰다. SI와 게임ASP 업체였던 모바일원은 무선인터넷을 통해 성인용 만화와 동영상, 성인게임 등에 주력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생존차원의 문제로 더이상 고상한 척하며 IT분야를 고집할 수 없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벤처기업 대표는 “기업의 목표는 이윤추구로 이익을 낼 수 있다면 영역에는 한계를 둘 필요가 없다”며 “IT부문에서는 이미 과당 경쟁체제가 굳어져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신규 사업 진출은 기업들의 앞날이 걸린 중대한 문제로 기업들이 새사업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돈만 된다면 어떤 일이라도 해서 이익을 내야만 하는지, 또 주주들이 투자한 소중한 자금이 신규사업에 잘 이용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생긴다. 또 적잖은 기업이 코스닥 심사 당시의 사업을 접고 전혀 다른 분야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되는 것은 아닌지도 궁금하다. 무엇보다 이런 ‘IT기업의 비IT분야 외유’가 국내 IT·벤처산업의 현주소라는 생각에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
<디지털경제부·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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