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발목잡힌 통신사업정책

 내년 총선을 앞두고 16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열린 가운데 IT산업 관련 정책을 다루는 상임위의 여야간 대립으로 산업 관련 현안이 방치될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따라 후발사업자의 경영난 해결에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통신시장과 통신방송 융합에 따른 새로운 방송서비스의 진입 절차조차 마련되지 않은 방송시장 등 산적한 과제 해소가 불투명해졌다.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는 정기국회 첫 전체회의부터 김태유 청와대 정보통신과학기술보좌관과 KT 이용경 사장, SK텔레콤 표문수 사장 등 통신업체 CEO 5명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문제를 놓고 여야가 정면충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산회했다.

 한나라당은 10대 신성장동력 선정 과정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법 개정 움직임, 통신시장의 유효경쟁정책과 요금인하, 하나로통신의 경영권 분쟁 등을 당사자들로부터 직접 물어야 한다는 이유로 김 보좌관과 5개 통신사업자 CEO의 증인 출석을 강력히 요구했다.

 반면 민주당은 관련 부처인 과기부와 정통부에 대한 질의로 충분하다는 점과 민간기업의 CEO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은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이를 반대했다.

 양당은 증인이 아니라 참고인으로라도 이들을 국회에 출석시키는 절충안을 찾으려 했으나 실랑이 끝에 결국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하고 간사회의를 통해 이 문제를 다시 논의키로 했다.

 여야간 대립이 비교적 적었던 과기정위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퇴장사태 직전까지 갔던 지난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 설립을 위한 특별법안 논의에 이어 이번 정기회 첫 회의에서도 파행을 겪은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최근 한나라당을 탈당한 무소속 김영춘 의원은 “증인 출석건부터 양당이 평행선을 긋는 이런 모습은 정치 색깔이 덜한 과기정위에선 보기 힘들었던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예전과 달리 강경한 자세로 나오는 게 내년 있을 총선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정무위에서도 공정거래위 감사와 관련, 통신사업자인 KT와 SK텔레콤 CEO의 증인출석을 요구해 이래저래 사업자들에게 힘겨운 9월이 될 전망이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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