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에 쏟아내는 여름햇살이 매의 눈처럼 매섭다. 하지만 여름을 달군 햇살도 국경과 빈부를 초월한 뜨거운 사랑이 결실을 맺는 가을을 막을 수는 없는 법. 화제작 ‘나의 그리스식 웨딩’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 ‘아름다운 인생’은 사랑의 결실인 결혼을 앞둔 연인들이 사랑과 가족의 의미를 음미하면서 볼 만한 유머러스하고 감동적인 작품들이다.
‘나의 그리스식 웨딩’은 국적을 초월한 사랑을 코믹하게 그린 드라마다. 가업인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노처녀 ‘툴라’는 결혼을 못했다는 이유로 아버지에게 늘 구박을 당한다. ‘툴라’는 컴퓨터를 배우고 외모에도 신경을 쓰면서 새로운 직장을 구하고 그 곳에서 ‘이안’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이안’과의 로맨스는 그가 그리스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힌다. 가족들은 ‘툴라’를 그리스 총각과 맞선을 보게 하고 ‘이안’에게는 복잡한 그리스식 세례를 강요하는 등 끝없는 방해작전을 펼친다. 하지만 모진 비바람속에서도 꽃이 피고 열매가 맺듯, 둘은 복잡한 그리스식 혼례를 기꺼이 받아들이며 결혼에 성공한다. 영화속 그리스 가족에서 풍겨나는 가정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 너무도 흡사해 가슴 찡한 가족애를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어렵사리 맺은 사랑의 결실도 첫날밤 복잡한 오해와 실수로 망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작품은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다.
남성미 넘치는 ‘톰’은 평범한 가정에서 성장한 교통방송 리포터, ‘세라’는 부잣집에서 공주처럼 자란 예비작가다. 우연히 만난 둘은 사랑에 빠지고 결혼과 함께 이탈리아로 신혼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그들은 비행기에 탑승한 순간부터 예기치 못한 사고에 휘말리고 호텔에서는 정전사고와 동시에 불을 내 쫓겨나는 등 사소한 실수와 오해로 어느새 ‘톰’과 ‘세라’는 원수같은 사이가 되고 이혼 위기에 빠진다. 그야말로 신혼의 달콤함은 무너지고 서로 다른 둘의 만남이 얼마나 상처받기 쉬운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사랑은 서로를 용서하고 그리워하며 인정하는 마음에서 싹튼다는 메시지를 빠른 대사와 극적 시퀀스를 통해 보여준다.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인생은 아름다워’는 가족의 사랑과 웃음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감동적인 영화다. 이탈리아에서 파시즘이 맹위를 떨치던 30년대 말, 유태인 ‘귀도’는 초등학교 교사 ‘도라’를 만나 사랑하는 아들 ‘조슈아’를 얻는다. 그러나 그들은 독일군에 의해 강제로 수용소에 끌려가고 만다. 그러나 ‘귀도’는 아들과 부인을 위해 처참한 수용소를 가족이 함께하는 ‘놀이동산’으로 만들어간다.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노역에 동원되면서도 ‘어른들이 집짓기 놀이를 하고 있다’며 아들을 속인다. 먹을 것이 있을 때는 어른들은 금식을 해야 한다며 아들에게만 빵을 쥐어준다. 클라이막스에 이르러서는 수용소 중앙통제방송을 통해 가족들을 위한 ‘이벤트’를 벌인다. 혹독하고 참혹한 상황도 마치 마음만 먹으면 천국으로 만들 수 있다는 ‘귀도’의 가족사랑은 가슴을 저미게 한다. 특히 로베르토 베니니의 천진난만한 연기가 무거운 소재의 영화를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준다. 가족애를 새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
많이 본 뉴스
-
1
테슬라, 중국산 '뉴 모델 Y' 2분기 韓 출시…1200만원 가격 인상
-
2
'좁쌀보다 작은 통합 반도체'…TI, 극초소형 MCU 출시
-
3
필옵틱스, 유리기판 '싱귤레이션' 장비 1호기 출하
-
4
단독민주당 '과학기술정보통신AI부' 설립·부총리급 격상 추진
-
5
'전고체 시동' 엠플러스, LG엔솔에 패키징 장비 공급
-
6
헌재, 감사원장·검사 3명 탄핵 모두 기각..8명 전원 일치
-
7
모바일 주민등록증 전국 발급 개시…디지털 신분증 시대 도약
-
8
최상목, 14일 임시국무회의 소집..명태균특별법 거부권 행사 결정
-
9
구형 갤럭시도 삼성 '개인비서' 쓴다…내달부터 원UI 7 정식 배포
-
10
공공·민간 가리지 않고 사이버공격 기승…'디도스'·'크리덴셜 스터핑' 주의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