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성에 심미적 감각 가미 고부가화
‘이왕이면 다홍치마’.
어두운 지하 공조실이나 먼지 수북한 벽면 한구석에 처박혀 있던 산업용 전기전자기기(산전기기) 분야에서도 디자인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심미적 디자인을 제품기능의 일부로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이 이뤄지면서 디자인개발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부각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산전업체들은 디자인 전문가를 잇따라 영입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기술력과 안정성만을 중시하던 산전기기에도 첨단 IT가 접목되면서 기기의 축소화·고급화가 급속히 진행돼 산전업계도 외관에 점차 관심을 높이고 있다.
◇디자이너 특채에 공동개발까지=LG산전(대표 김정만)은 지난해 프랑스 유학파 디자이너인 김혜숙씨를 차장급으로 특채했다. 김 차장은 현재 제품은 물론 포장박스, 카탈로그, 웹사이트 등 LG산전의 모든 이미지를 일체화시키는 ‘제품 통일화(PI) 작업’을 진행중이다.
입사 후 김 차장이 제일 먼저 한 일은 제품 이미지의 명료화. 이를 위해 그는 최근 LG산전 전제품의 그래픽을 그레이톤의 기본배색에 붉은색의 포인트를 주는 식으로 통일시켰다. 이같은 PI원칙에 따른 분전반과 진공전자접촉기가 지난 4월 처음으로 양산됐다. 연말께는 맵시있게 새로 디자인된 전력량계 신모델도 출시할 예정.
디지털 계량기 전문업체인 옴니시스템(대표 강재석)은 이미 지난 98년부터 IRI디자인연구소와 공동으로 디지털계측기기를 개발해왔다. 전체 제품 개발비의 30% 가량을 디자인 개발에만 투자하고 있다. 강 사장은 “중소기업에는 만만찮은 대당 1500만∼2000만원이 디자인 개발비로 들어간다”며 “자체 디자인팀이 없어 개발단계서부터 외주업체와 완벽한 팀워크를 통해 최적화된 디자인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GD마크는 기본=가전제품이나 휴대통신기기 등 일반 소비재 상품에서나 찾아볼 수 있던 굿디자인(GD) 마크. 우수한 디자인에 수여되는 이 마크는 최근 산전업계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케이디파워(대표 박기주)는 지난달 말 한국디자인진흥원 주관으로 열린 ‘우수산업디자인(GD)상품 시상식’에서 지능형 분전반에 대해 GD인정서를 획득했다. 이 회사의 고효율 수배전반<사진1>은 컬러와 외관을 혁신적으로 변경해 업계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케이디파워는 현재 중앙대 디자인센터와 산학협동을 전개하며 연간 5000만원을 디자인 개발에 투입하고 있다.
LG산전은 기존 주택용표준분전반의 디자인을 새롭게 단장한 액자형의 제품<사진2>으로 최근 GD마크를 획득했다. 일반 주택의 실내에 설치된다는 특성을 감안, 인테리어 기능까지 가미했다.
지난해 7월 가정용 전자식 전력량계로 처음 GD마크를 받은 옴니시스템은 작년에 이어 지난달에도 공장·상가용 다기능 삼상 디지털전력량계로 GD마크를 추가 획득했다. 산전기기로만 2년 연속 GD마크를 획득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게 디자인진흥원측의 설명이다.
최종석 IRI디자인연구소장은 “산전 디자인은 일반 소비재와 달리 외관은 물론 성능과 안정성 등이 중시되는게 특징”이라며 “제품개발 최종단계시 형상·마감처리 정도에나 디자인을 고려하는 현재의 제조 관행을 제품기획 초기 단계부터 디자인 담당자나 외주업체가 적극 참여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