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포럼]일본 게임포털 활용 문제점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 jhwi@cau.ac.kr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놈이 받는다’는 옛말이 있다. 판에서 재주를 부리는 사람과 그 판에서 이익을 챙기는 사람이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시장을 넘어 해외시장으로의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한국 온라인게임업체들도 이제 재주 넘는 곰이 될 것인지 아니면 곰을 부리는 사람이 될 것인지를 깊이 생각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최근 NTT동서나 소프트뱅크그룹 등 일본에서 게임포털을 지향하는 기업이 앞 다퉈 한국 온라인게임을 일본시장에 도입하려 하고 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최근 ‘비비 서브’라는 자회사를 통해 110개사, 200개 타이틀의 온라인게임을 일본시장에 서비스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런 일본 기업의 경쟁적인 ‘추파’는 한국 온라인게임사 입장에서는 싫지만은 않을 것이다. 또 온라인게임 개발력은 한국 회사들이 상당한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 기업들이 추파를 던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여기서 ‘개발능력’만으로 승부가 가려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글 머리에서 말했듯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재주를 가진 곰도 별 재주없는 사람에게 이용당한다. 이는 액토즈소트프와 중국 산다의 관계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어느 쪽이 옳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행위의 결과다. 결과는 자명하다. 액토즈는 재주를 부린 곰이었고 산다는 돈을 챙긴 사람이었다.

 지금 곰이 될지 아니면 곰을 부리는 사람이 될지 모르는 일본의 포털기업들은 아직 시장 개척의 명확한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베타테스트를 대행해주겠다는 내용을 보자. 일본의 게임포털은 베타테스트의 내용을 피드백 해서 한국 개발사에 알려주겠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누가 게임을 체크할 것인가, 또 한국 개발사와 원활한 정보의 피드백이 가능할 것인가 등의 문제가 제기된다.

 게임을 지속적으로 체크하려면 게임당 3교대로 3명이 필요하다. 전체 게임으로 보면 600명이라는 대규모의 인원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 일본시장에는 많아야 100여명의 게임마스터가 존재할 뿐이다. 물론 일반 헤비유저를 활용하는 방식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수없이 올라오는 사용자의 개선 요구 중에서 어느 것을 게임에 반영해야 하고 어느 것을 무시해야 하는가를 판단하지 못한다.

한국 개발사와의 게임정보에 대한 원활한 피드백도 쉬운 문제는 아니다. 일본 현지에 자회사를 갖고 있는 한국 게임회사들조차 게임정보의 피드백과 조직간 의사소통에서 괴로움을 당하고 있다. 일본 자회사의 개선 요구는 서울 본사 입장에서 부차적일 수 있다. 때로 현지 자회사의 요구는 게임의 근간을 부정하는 것이기에 받아들일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두 조직 사이에서 갈등과 의사소통의 장애가 발생한다. 과연 일본의 게임포털이 이런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인가.

 게임에 대한 책임성의 문제도 있다. 일본 게임포털의 입장에서는 게임을 많이 모으면 모을수록 시장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나 반대로 한국 기업의 입장에서는 일본 사용자에게 인식될 수 있는 확률과 기회가 낮아지고 만다는 문제가 있다. 즉 되도록 게임을 많이 모아야 하는 게임포털과 자신의 게임에 대한 집중을 요구하는 개발사 사이에 기본적으로 갈등구조가 존재한다. 이 구조 속에서 일본의 게임포털이 우위를 점하면 한국 개발사는 재주 넘는 ‘곰’으로 전락해 바게닝 파워(교섭력)를 상실하고 말 것이다.

 일본의 온라인게임시장은 현재 여명기다. 몇몇 온라인게임이 제한된 수의 코어 유저를 점유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시장전략은 게임의 백화점식 나열이 아니라 하나하나의 게임이 틈새시장을 형성,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은 한국보다 훨씬 힘들고 지루할 수밖에 없다.

 일본 속담에 ‘공짜보다 비싼 것은 없다’는 말이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한국 게임회사들이 일본 진출을 생각할 때 한 번쯤 되새겨 볼 만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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