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귀 막은 공정위

◆디지털경제부·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개정(안)과 관련된 입장차이가 부처간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의원발의한 법안에 대해 해당부처격인 산자부와 정통부가 반대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게다가 그동안 다소 유보적이던 재경부도 법 개정이 다소 무리가 있다는 쪽으로 입장을 취해 공정위는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독선’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산자부 측은 “전자상거래 소비자 보호를 위해 우리만큼 법과 제도가 착실히 정비된 곳은 없다”며 “추가 법 개정은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통부도 “일부 폐해를 전체 쇼핑몰이 감수해야 한다는 것은 억지”라며 “자칫 이번 개정이 오히려 소비자부담만을 가중시켜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들 부처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공정위 측에 의견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이에 앞서 이미 관련업계에서도 소비자보호라는 ‘대의’는 공감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산업과 시장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며 재검토해줄 것을 촉구해왔다.

　결국 업계와 유관부처 모두 ‘반대’ 쪽에 서면서 공정위의 입지는 크게 좁아지게 됐다. 하지만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공정위는 여전히 의견수렴중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미 확정한 안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그동안 업계와 유관부처 혹은 부처끼리도 한가지 사안을 놓고 의견이 대립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그때마다 해당부처는 겉으로는 ‘조율’을 외쳤지만 서로 손을 맞잡고 해결책을 찾는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업계는 물론 주무부처까지 고개를 ‘갸우뚱’하는 법과 제도라면 공정위는 다시 한번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업계의 이기주의나 부처간 알력으로 넘겨버린다면 20개가 넘는 정부부처의 존재 이유는 없다. 공정위가 외치는 공정경쟁이나 소비자보호도 결국 시장과 산업이 있어야 성립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