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기 방송위원회가 가장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과제는 ‘방송·통신 융합대책 수립’이다. 지난달 월간 ‘신문과 방송’이 200여명의 언론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제2기 방송위의 가장 시급한 대책이 무엇이냐는 설문조사에서 40.7%가 ‘방송·통신 융합대책 수립’이라고 응답한 바 있다.
또한 방송·통신 융합에 대비한 규제기구는 ‘방송위 중심’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63.0%로 가장 많았고 ‘제3의 기구 설립’이나 ‘정보통신부 중심’은 각각 29.6%와 5.6%에 그쳤다.
언론학자들의 이같은 응답은 급격한 방송·통신 융합환경에 우리 정부가 적절하게 대처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과 방송·통신 융합환경에 대한 방송위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도 포함한다. 그만큼 방송·통신 융합환경에 대비한 일원화된 정책 및 규제 기능을 위해 방송통신위원회 설립이 중요한 시점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설립의 논의=지난 수년간 논의된 방송통신위원회 설립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된 것은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이 선거정책 공약으로 방송·통신전문가, 정부부처, 관계기관 대표, 시청자 대표 등을 망라한 ‘방송통신구조개편위원회’를 설치해 방송통신위원회의 기능 설정 및 관련 법 정비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시점에서부터다. 또 방송위·정통부·문화부 등 3개 기관은 지난해 11월 장관급 회의를 열어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 앞으로 방송과 통신의 구조개편에 대비해 3개 기관이 긴밀하게 업무협조하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하지만 이후 논의는 더이상 진척되지 못하고 있지만 노무현 대통령 취임과 함께 문화부·정통부 장관이 교체되고 제2기 방송위 구성도 마무리된 시점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설립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방송통신구조개편위원회=방송위는 지난달 4월 국회 업무보고에서 방송통신구조개편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라고 밝혔다. 개편위원회는 대통령령으로 규정되며 대통령 직속의 한시적 자문기구로 국회·방송위·정통부 등 행정기관, 방송·통신 전문가, 법률·행정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으로 구성된다. 또한 개편위원회 산하에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실행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를 위한 사무국 설치를 규정하고 있다.
개편위원회는 △방송·통신 융합현상에 대한 기초조사 및 아젠다 설정 방송·통신 융합현상에 따른 정책방안 △방송·통신 융합에 따른 제도적 정비방안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방안 등에 대한 논의를 주요 기능으로 삼고 있다.
◇대안은 없나=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위와 정통부 중 어느 한 기관의 역할에 더 비중을 둬야 한다고 말하기에는 그 역할이 너무 포괄적이고 국가 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방대하다. 방송과 통신의 산업적 측면을 무시할 수도 없고 국가의 공공재라는 측면과 전 국민에 끼치는 문화적 파급효과를 볼 때 무엇보다 독립성을 담보로한 중립적인 국가정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방송 전문가는 “정통부가 기술적·인프라적 정책지원을 담당한다면 방송위는 독립적·공익적 정책을 담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한 세미나에서 “방송·통신 지원기능은 정보통신부가 담당하고 규제기능은 방송통신위원회가 담당하는 대안이 바람직하지만 대폭적인 법령개정이 요구된다”면서 “정보통신부가 통신·방송의 지원, 경제·기술적 규제를 담당하고 정보윤리위원회가 문화·윤리적 규제기능을 담당하는 방안은 소폭의 법령 개정으로도 실현 가능한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제2기 방송위가 출범한 만큼 방송통신위원회의 설립 추진을 더이상 미루기에는 방송·통신 환경이 너무나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라는 중요 국가 정책기구를 어느 정부기관이 주도해야 한다는 이기주의보다는 국가 미래성장산업에 대한 중요도와 해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당위성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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