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 미국·일본은 물론 중국·태국 등 개발도상국보다 어렵다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소(IMD)의 발표는 가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 연구소의 ‘2003년 세계 경쟁력 연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쟁력 순위가 지난해 10위에서 올해 15위로 하락해 기업환경이 더 열악해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지난해 우리보다 순위가 밀렸던 태국·일본·중국은 올해 각각 10∼12위에 오르면서 한국을 앞질렀다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간접자본부문(11위)에서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정부의 효율성(20위), 적대적인 노사관계(30위) 등에서 많은 점수가 깎였다고 한다.
한마디로 사회기반시설은 괜찮은데 새 정부의 노사관계와 변하지 않는 경제부처들의 비효율적인 행정이 국가경쟁력을 잠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내기업 경쟁력 제고와 외자유치가 급선무인 우리 경제에서 유력한 외국연구소의 이같은 평가는 참으로 뼈아프다. 사실 새정부들어 잇따라 보여온 청와대와 행정부처간, 그리고 행정부처간의 불협화음과 전국운송화물노동조합의 파업에서도 나타났듯이 관련부처의 위기관리능력 부재는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주한미군과 북핵을 둘러싼 한미간의 미묘한 갈등, 개혁을 둘러싼 집권당의 내홍 등도 경쟁력을 상실하게 하는 외부 환경요소들로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IMD는 이와 함께 우리 경제의 올해 정책과제로 한반도 평화, 부패추방과 행정서비스 개선, 기업친화적인 국가건설 등을 제시했다.
한때는 아시아의 4룡으로 불리며 성시를 구가했던 한국이 이제는 중국과 태국에도 뒤처지는 기업환경으로 전락한 데 대해 위정자들의 심각한 반성도 있어야 한다. 지금도 국내기업들의 외국이탈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우리의 기업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진다면 그 후유증은 불 보듯 훤하다. 보다 좋은 기업환경과 조건을 찾아 떠나는 기업들에 대해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우리 경제의 근간을 이뤘던 제조기업들이 자꾸 외국으로 떠나는 것은 국내 고용문제나 소비촉진, 세수에도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국내기업들은 물론이거니와 한국이 기업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굳어지면 외국기업들의 국내유치도 힘겨운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기업인이 제대로 기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두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
장삼동 부산시사하구 신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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