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한미 정상회담에 바란다

◆최성 통일정보센터 소장 choisung21@hanmail.net

이번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와 한미정상회담은 새 정부 출범과정에서 제기된 일련의 한미간 긴장관계가 ‘발전적인 한미관계’를 위한 긍정적 모멘텀일 될 것인지를 가름하는 노 대통령의 중요한 외교적 시험대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노 대통령의 방미가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선 짧은 회담기간에 양국 정상간의 상호신뢰가 더욱 돈독해질 수 있는 솔직한 대화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부시 전 대통령이 최근 노 대통령을 면담하는 과정에서 ‘한미정상 상호간의 신뢰구축의 중요성’을 재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양국 정상의 비슷한 멘털리티, 예를 들면 성격적으로 정서적이며, 솔직담백하고, 원칙과 결단을 중시하는 점, 그리고 연령 등은 매우 유사하다. 그러나 양국 정상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유의할 점은 외교적 대화에 있어 경우에 따라 ‘지나치게 솔직한 대화’가 갖는 중요성과 위험성을 동시에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는 노 대통령과 한국의 변화된 민주발전에 대해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이 보다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사실 필자가 워싱턴과 미주지역에서 만난 적지 않은 미국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심지어 지한파(知韓派)로 알려진 인사들조차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반미운동을 활용했으며, 근본적으로 반미주의자가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제기하곤 한다. 이러한 시각은 국내 일부에도 존재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사실 이러한 의구심은 말 그대로 의구심일 뿐 사실과는 다르다. 하지만 국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거대한 미국 앞에서 할 말은 솔직하고 단호하게 하되, 국익을 위해 미국의 주류사회에 광범위하게 유포된 노 대통령 개인과 노무현 정부 전반의 대미인식에 대한 미국의 오해를 불식시키는 작업 역시 필요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보면 미국의 권위있는 한반도문제 전문가가 “북한의 핵 개발 의혹이 지속되면 북한에 대한 무력공격도 검토하자”는 유의 발언을 거리낌없이 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한국의 적지 않은 국민들은 “혈맹인 미국이 전쟁으로 인한 한국 국민의 안전은 신중히 고려하고 있는가?”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이 모든 것이 서로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부재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은 한미간의 기본적인 상호인식의 조정과정 속에서 현재 현안이 되고 있는 주한미군의 문제, SOFA 개정 문제 등이 논의될 때 비로소 한미 양국의 국익에 모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합의가 도출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노 대통령의 특별한 관심사일 뿐만 아니라 한미 우호협력관계 증진의 관건인 경제분야의 상호협력 문제가 중요하게 다뤄질 것이다.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미 상무부의 관세부과 결정 문제를 비롯한 한미간의 통상마찰문제 해소를 포함해 이라크 전후복구사업에 대한 한국의 참여 문제, 미국 기업의 한국투자 확대를 위한 한국의 높은 국제신인도 등에 대한 설명과 한미 양국기업의 협력관계가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문제들은 북핵문제와 한미관계 악화가 최근 무디스의 신용평가등급 하락 가능성 검토 발언에서 나타난 것처럼 한국의 신용등급과 국제경쟁력에 직결된다는 인식과 직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21세기는 말 그대로 탈냉전의 시대이며, 지구적 차원에서 화해와 협력, 평화의 시대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에게 한반도의 평화를 열망하는 평화적 리더십에 국제사회의 도덕과 가치, 그리고 유관국가와의 협력을 도모하는 글로법 리더십이 추가적으로 확보된다면 국제정치의 제1원칙인 공동승리(윈윈)의 외교적 성과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럴 만한 충분한 외교적 역량을 노 대통령에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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