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동호회를 중심으로 스스로 가전과 정보기기를 자신만의 것으로 만드는 자작(DIY:Do It Yourself) 열풍이 일고 있다. 단순히 원제품의 외관만 꾸미는 것이 아니라 각종 부품들을 직접 조달해 완전한 새제품을 만드는 방식이다. 남들과 다른 것을 원하고 취미생활로 시작한 일이지만 이들의 톡톡튀는 아이디어와 지식이 시장에 상용화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아이디어 뱅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튜닝 바람=단순히 외관을 바꾸는 자동차 튜닝과 달리 PC, 프로젝터는 물론이고 심지어 스피커까지 직접 제작하는 튜닝 마니아들이 늘고 있다. 3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PC 개조 커뮤니티 사이트인 코엠(http://www.koreamod.co.kr) 운영자 박성철씨는 “일부 마니아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 회사원, 교사, 의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회원들이 자기만의 PC를 만드는 사례가 많으며 오히려 학생들은 생각보다 적은 편이다”고 말했다.
가장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은 PC다. 사용된 부품과 윈도같은 운용체계(OS)를 보고 나서야 PC인지 알 수 있지 외관상으로 분별하기란 쉽지 않다. 코엠의 사이트에는 회원들이 직접 만든 PC 중 고급 주택(펜션) 모양을 띤 것도 있으며 카메라 가방 모양의 PC도 게재돼 있다.
3700명이 회원인 와싸다닷컴의 프로젝터 자작 동호회(http://club.wassada.com/diypro)에서는 프로젝터 조립이 한창이다. 프로젝터에 필요한 액정, 광원, 렌즈 등 부품에 대한 정보는 물론 조립 방법까지 회원들간 활발한 지식공유가 이뤄지고 있다. 이 사이트에 가입해 자작 프로젝터를 만든 직장인 한창수씨는 “회원들이 프로젝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느꼈던 점, 이런 부분은 주의하라는 것 등 게시판 글을 참고하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저렴한 비용을 들여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창수씨는 게시판 정보를 토대로 각종 부품을 구입해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조립, 최근 라면박스로 된 프로젝터를 만들었다.
◇상용화 재미도 솔솔=PC 음악기기 제조업체인 오디오트랙의 장원이 사장은 최근 스피커 자작 동호회 덕을 봤다. 동호회의 전문적인 지식을 빌려 모니터 스피커를 제작하고 이를 상품화해 판매했다. 장원이 사장은 “스피커 음질도 뛰어나고 제작능력도 탁월해 동호회에서 만든 스피커를 시판했다”고 말했다.
PC 케이스 업체인 리안리코리아에서 판매 중인 수족관 케이스도 자작 작품이 상용화된 사례다. 코엠의 박성철씨는 “약 2년 전 한 회원이 PC 옆에 수족관을 부착한 튜닝을 한 적이 있는데 최근 이같은 수족관 케이스가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철씨는 자작에 대해 “어려운 것이 아니며 어릴 적 프라모델을 만드는 것과 같다”며 “단지 관심과 노력이 있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취미생활의 하나”라고 말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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