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0만 소기업 및 자영업자의 정보화를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소기업네트워크사업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정도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달 말 사업 주관기관인 한국전산원 감사 결과 e비즈 솔루션을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 가입자들이 많고 대거 해지하는 실상을 밝혀냈다는 것이다. 허수가입자가 많고 이로 인해 해지사태가 빈발했다는 것은 그만큼 관리가 부실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나타내주는 증거다.
소기업네트워크 사업은 정보화의 사각지대로 불렸던 슈퍼마켓, 안경점, 카센터, 미용실 등 10명 내외의 직원들이 근무하는 소기업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매월 3000∼3만원만 내고 인터넷을 통해 정보화 프로그램을 효율적으로 다운로드해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정부가 초고속인터넷사업자와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로 구성된 소기업네트워크 지원 컨소시엄을 사업자로 선정하고 이들 업종에 걸맞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놓으면 소기업들이 인터넷에 접속, 이 전산 소프트웨어를 빌려서 사용하면서 비용을 절감하는 일종의 부가서비스인 셈이다. 이러한 소기업의 정보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정부는 각 사업자가 유치한 서비스 가입 소기업을 대상으로 일정한 정보화교육을 실시하게 하고 교육지원금 명목으로 가입자당 10만원씩을 지급해왔다.
사업자들에 따르면 지난해말 전체 사업자에 누적 가입자가 20만곳을 상회했지만 실제 솔루션을 이용한 가입자는 14만6000여곳에 그쳤다는 것이다. 결국 6만여곳은 실제 이용하지 않는 허수가입자이거나 3개월도 이용하지 않고 해지한 것으로 파악된다. 해지율도 3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지난해 교육지원금 명목으로 이 사업에 투입한 금액이 156억원이다. 해지율 30%만 감안해 단순히 계산할 경우 46억8000만원은 헛돈을 쓴 꼴이다.
물론 해지율이 높은 것은 자영업자들이 정보화로 인해 경영상황이 그대로 노출됨으로써 나타나는 세무문제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 여겨진다. 가입하고 제대로 이용하지 않는 곳도 그런 문제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사업자들이 시장에 맞는 상품기획이 부족했고 보급 위주의 정책에 따른 결과라고 보는 게 옳다.
보급위주 정책은 허수가입자를 양산하는 결과가 빚을 수밖에 없다. 일부사업자들이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사업자등록증만 받아 가입한 것으로 한 것도 일부 있었다고 시인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허수가입자를 양산하면서 교육비를 버젓이 받아 온 사업자의 법적, 도덕적 책임은 더 이상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문제는 교육지원금을 7시간 이상 사업자 방문 교육이 확인되고, 가입 후 3개월간 사용 내역이 있어야 지불한다는 조건이 있는데도 제대로 확인없이 지불했다는 점이다. 전산원이 1·2차 사업이 끝나는 시점에서 현장조사를 했다고는 하지만 그것을 외부용역으로 샘플조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허수가입자가 있는지 제대로 파악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사업주관기관이 지원금의 쓰임새를 일일이 감독하고 관리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또 어디에 있는가. 이번 기회에 정부는 정부지원금이 새는 일이 없도록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감사가 늦은 감이 있다. 이번에 한번 걸러졌으므로 전반적으로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는 하지만 당초의 사업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보다 정밀하고 철저한 관리를 계속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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